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차원의 통항 정상화 노력에 ‘단계적 기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직접적 군사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해상안보 협력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참여는 하겠다”며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수준까지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가능한 기여 방식으로 ▲외교적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적 자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 다만 “우리 군의 참여 확대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깊게 한 것은 아니며, 국내법 절차에 따라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발언은 우리 선박 HHM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역에서 외부 공격으로 화재 피해를 입은 이후 정부가 기존의 원론적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청와대는 해당 공격을 강력 규탄하며 자유로운 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입장이 단순 외교 메시지를 넘어, 향후 청해부대 역할 확대나 다국적 해양안보 협의체 참여 가능성까지 열어둔 신호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및 LNG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호르무즈 안정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다만 국내 정치·법적 절차와 중동 지역 외교 균형을 고려할 때, 당장 전투 자산 투입보다는 정보·수송·후방 지원 중심의 제한적 참여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소극적 관망’ 비판에서 벗어나 국제 공조 의지를 처음으로 구체화했지만, 실제 참여 수준은 미국의 요청 강도와 국내 여론,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조정될 전망이다. 이번 발언은 호르무즈 위기가 우리나라의 해상안보·에너지안보 전략을 시험하는 본격적 분수령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