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화재’ 초기 판단부터 ‘미상 비행체’ 발표까지…정치권, 호르무즈 사태 둘러싼 안보 프레임 전면전
HMM 운용 화물선 ‘나무호’의 호르무즈 해협 피격 사실이 정부 조사로 공식화되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초동 대응을 ‘축소·은폐’, ‘늑장 대응’, ‘안보 참사’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정치·외교 공세에 나섰다.
특히 정부가 사고 초기 ‘선박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다가 일주일가량 지난 뒤 ‘미상 비행체 2기 타격’ 사실을 공식 발표한 과정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나무호 사건이 단순 해상안전 사고를 넘어 국내 정치권의 외교·안보 책임론으로 급속히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 최고위원회의와 공식 논평을 통해 정부 대응을 정면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정부 조사 결과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두 글자, 즉 ‘이란’이 빠졌다”며 “이란 국영 매체가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는데도 정부가 ‘미상 비행체’라는 표현 뒤에 숨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조차 공격 사실을 언급했는데 정부만 사건 발생 일주일 가까이 피격 가능성을 축소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에 지나치게 모호하고 늦은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핵심 쟁점은 ‘공격 주체 특정’보다 ‘초기 메시지 관리’
정치권 공방의 본질은 공격 주체 규명 자체보다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맞춰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나무호가 외부 비행체에 의해 두 차례 타격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발사체 종류와 발사 주체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군사·정보 분석의 불확실성과 외교적 파장을 고려한 신중론으로 해석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국민 기만’ 혹은 ‘외교적 눈치보기’로 규정하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후 피격 가능성을 공개 거론했는데도 정부는 ‘선박 화재’ 수준으로 축소 왜곡했다”며 “청와대가 상황 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조용술 대변인도 “CCTV를 통해 외부 타격 정황을 조기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동맹국과의 정보 공조 체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외교적 충돌 최소화와 조사 정확성을 위해 신중론을 택한 반면, 야권은 이를 국가 주권 수호 의지 부족으로 프레이밍하는 구조다.
해사산업 관점에서 본 정치 공방…핵심은 ‘선박 보호 체계’
해사산업계 시각에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치권 공방 자체보다, 이번 사건이 한국 국적선과 한국 관련 선박의 고위험수역 보호 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다. 현재 호르무즈 및 인근 위험수역에는 한국 선박 수십 척과 다수 한국인 선원이 잔류하거나 운항 중인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은 “철수 호송 대책”, “국가 차원의 강력 대응”, “한미 정보·군사 공조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정책 선택지는 훨씬 복합적이다.
정부가 당장 검토할 수 있는 대응은 ▲고위험 항로 조정 ▲우회항로 확대 ▲해군 자산 또는 청해부대 지원 범위 재조정 ▲전쟁보험 및 운임 특례 확대 ▲선사 대상 실시간 위기 정보 제공 등이다. 실제 해사전문가들은 공격 주체 특정 이전이라도 선박 방호 프로토콜과 민관 정보 공유 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이라고 본다.
국회 외통위·국방위 소집 요구…정책 검증 국면 진입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현안질의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선박 화재”, “미상 비행체”라는 표현 사용 경위, NSC 조기 소집 여부, 국방부·외교부 보고 체계, 미국 등 우방국과의 정보 공조 수준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단순한 사건 원인 조사에서 벗어나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대통령실 안보라인 판단 ▲중동 전략항로 보호 정책 ▲한국 선사 안전보장 체계 전반으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해운업계 우려…정치화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
다만 해운·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내 정치 쟁점화에만 머물 경우, 정작 필요한 선사 지원과 국제 협력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선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원인 규명 ▲재발 방지 ▲항로 안전 확보 ▲보험료 안정 ▲운항 지속 가능성이다.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한국 선박이 향후 어떤 기준으로 위험수역을 통과하거나 회피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국가 가이드라인이다.
‘나무호’는 안보 공방의 소재이자, 한국 해운정책 재설계의 시험대
나무호 피격 사건은 정치권에는 외교·안보 책임론의 전장이 되고 있지만, 해사산업 차원에서는 한국 해운이 지정학적 전쟁위험 시대에 어떤 국가 보호 체계를 갖출 것인지 시험하는 사건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초동 대응과 메시지 관리를 집중 공격하며 ‘주권·안보’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고, 정부는 공격 주체 특정 이전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시장과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보다 실질적 해법이다. 호르무즈는 한국 원유·가스 수입, 국적선 안전, 해상물류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 모두 ‘누가 더 강경한가’ 경쟁보다, 한국 선박과 선원을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 항로안보·선사보호·국제공조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진정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