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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한목소리…"항만공사 통합은 국가 항만정책의 자해행위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한목소리…"항만공사 통합은 국가 항만정책의 자해행위다"
  • 항만산업팀
  • 승인 2026.07.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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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화 탈 쓴 ‘한국항만공사’…국가 항만경쟁력 하향 평준화 우려

노조·시민사회·정치권까지 반대 확산…오는 20일 4대 항만도시 시민단체들 국회서 규탄 기자회견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국 항만도시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처음에는 항만공사 노동조합의 반대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항만업계와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정치권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전국적인 공동 대응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오는 20일에는 4대 항만도시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16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해양수산부 주요 업무를 보고한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 전략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편 과정에서 거론되는 4대 항만공사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보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양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편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조직과 인력, 예산을 일원화해 중복 비용을 줄이고 국가 차원의 항만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항만 현장의 반응은 정부의 논리와 정반대다. 4대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통합안을 “지방분권과 지역 중심 경영의 가치를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자 “각 항만의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말살하는 행정편의적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부산과 인천, 울산, 광양의 항만업계와 시민사회도 잇따라 성명과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논의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기능과 산업구조가 서로 다른 4개 항만도시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항만공사 통합이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가 물류체계와 지역경제, 항만별 성장전략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항만업계에서는 “이제는 해양수산부가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공공기관 숫자를 줄이려는 재정당국의 논리를 방어하는 부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대한민국 항만의 경쟁력과 해양물류 주권을 지켜야 할 주무부처다. 항만의 특수성과 국제 경쟁구조를 가장 잘 아는 해수부가 정부 내부에서 통합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막아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항만공사 설립 취지부터 뒤집는 통합…"중앙집권적 항만행정 절대 안된다"

항만공사는 일반적인 공기업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과거 중앙정부가 직접 항만을 관리하던 관료적 운영체계에서 벗어나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항만공사 제도다. 부산항만공사가 2004년 가장 먼저 출범했고 이후 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가 잇따라 설립된 것도 항만마다 기능과 고객, 배후 산업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현행 항만공사법의 기본 정신 역시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독립 법인을 통해 자율적인 경영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묶겠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간 구축해 온 항만별 독립경영 체제를 해체하는 일이다. 단순히 기관 네 곳을 하나로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중앙집권적 항만행정으로 되돌아가는 제도적 후퇴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려면 우선 현행 항만공사 체제가 왜 실패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항만공사별로 어떤 기능이 중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얼마의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지, 통합하면 어느 정도의 재정적 편익이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통합 논리에서는 구체적인 비용 절감액이나 정책 실패 사례를 찾기 어렵다. 기관 이름과 업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묶으려 한다면 이는 기능개혁이 아니라 기계적인 공공기관 숫자 줄이기에 불과하다.

부산·인천·울산·광양은 같은 항만이 아니다 통합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4개 항만을 같은 종류의 기관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부산항은 세계 주요 선사의 환적화물을 유치해야 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다. 싱가포르와 상하이, 닝보·저우산 등 세계 항만과 직접 경쟁하며 선사별 인센티브와 터미널 운영전략, 환적 네트워크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

인천항은 수도권의 수출입 물류와 대중국 교역, 국제여객과 크루즈를 담당하는 환황해권 관문항이다. 전자상거래와 자동차, 소비재 물류를 비롯한 수도권 화주 수요에 특화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울산항은 원유와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등 액체화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항만이다. 위험물 관리와 탱크터미널 운영, 친환경 에너지 물류체계 구축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여수광양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 등 국가 기간산업의 원료와 제품 물류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산업항이다.

항만공사 노조가 4개 기관을 “DNA가 전혀 다른 조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관문, 울산항은 에너지·액체벌크 특화항,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원자재 기지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화물과 고객, 산업 생태계, 경쟁 상대가 전혀 다른 항만에 동일한 인사·예산·회계·투자 기준을 적용하면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항만의 경쟁력은 조직의 크기가 아니라 고객 요구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서 나온다. 글로벌 선사 한 곳이 기항지를 변경하면 수십만TEU의 물동량이 움직일 수 있다. 대형 화주가 공급망을 바꾸면 항만의 물동량과 배후단지 운영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선사의 모 관계자는 "항만공사의 통합이 물동량 유치와 관련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통합기관 본사와 지역본부, 다단계 내부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항만별 영업과 투자, 인센티브 결정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행정 효율화를 얻으려다 정작 항만의 핵심인 현장 대응력과 영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항만 수익을 나누는 순간 책임경영은 무너진다. 재정 통합 역시 심각한 문제다. 4개 항만공사는 수익구조와 부채, 개발사업, 투자 수요가 서로 다르다. 이를 하나의 회계로 묶으면 재정 여력이 있는 항만의 수익이 다른 항만의 부채나 적자사업을 보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부산항은 진해신항과 북항 재개발, 완전자동화 터미널, 친환경 연료공급망, 환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부산항에서 발생한 수익이 통합기관의 전체 재정 보전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세계 항만과 경쟁하기 위한 적기 투자가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울산과 여수광양에서는 통합기관이 수익성과 물동량을 기준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경우 액체화물과 산업 원자재 관련 인프라가 컨테이너 항만보다 뒤로 밀릴 것을 걱정한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부 재정투자 축소를 경험한 상황에서 독립적인 예산 요구권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4개 항만도시가 모두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다. 어느 지역도 통합 이후 자신에게 필요한 투자가 제때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못하고 있다. 통합기관의 예산 배분을 둘러싸고 항만 간 경쟁과 지역 갈등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투자 편중의 해법은 법인 통합이 아니다. 

인천항의 사례는 통합 논의가 왜 지역사회의 불안을 키우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에 대한 정부 재정투자는 2021년 2,514억원에서 2025년 4,616억원으로 83.6%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항 투자는 1,772억원에서 614억원으로 65.4% 줄었다. 두 항만의 투자 격차는 742억원에서 4,002억원으로 커졌고, 투자 규모 차이도 1.4배에서 7.5배로 확대됐다.

인천항의 차량·부품 물동량은 증가했지만 정부 재정투자는 오히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항만공사까지 통합되면 독자적인 투자 요구와 의사결정권이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투자가 특정 항만에 편중돼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항만공사 통합이 아니다. 국가 항만기본계획과 예산 배분 원칙을 투명하게 만들고, 물동량과 배후산업, 국가 공급망 기여도, 미래 투자 수요를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투자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면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지역의 독립적인 대응 역량만 약화시킬 수 있다.

북극항로 연다면서 부산항 자율성 축소…엇박자 항만정책

북극항로를 추진하면서 부산항 권한은 축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만공사 통합은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해운·금융·사법·연구기관 집적을 통해 부산을 글로벌 해양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화하면 부산항은 아시아와 북극해,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망을 설계해야 한다. 진해신항 개발과 환적체계 재편, 극지 운항선박 지원, 선용품·수리조선·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 등 신속한 전략 결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부산항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투자 기능을 키우겠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부산항만공사를 전국 단일기관의 지역본부로 낮출 수 있는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수도를 육성하겠다면서 핵심 실행기관의 자율성은 줄이는 명백한 정책적 모순이다. 북극항로 시대에 필요한 것은 BPA의 통합이 아니라 권한과 영업 자율성의 확대다. 글로벌 선사와 화주를 상대로 경쟁하는 부산항에 중앙 통제와 결재 단계를 추가하는 것은 북극항로 전략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수부는 두 정책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내세우며 항만 의사결정은 중앙으로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항만공사는 지역경제의 핵심 기관이다. 배후단지 개발과 기업 유치, 항만근로자 고용, 지역기업 지원, 항만재개발, 친수공간 조성 등 항만도시의 성장전략과 직결돼 있다. 통합 이후 각 항만공사가 중앙 본사 산하 지역본부나 지사로 전환되면 예산권과 인사권, 투자 결정권이 중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가 항만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광양에서는 통합 이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다른 대형 항만공사의 지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KBS광주 라디오에 출연해 항만공사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표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을 지낸 박성현 광양시장도 이미 통합에 반대했다. 인천 시민사회 역시 통합이 항만의 지역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균형발전에 역행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천지역 정일영 의원도 반대 목소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역 주도 성장을 강조하면서 정작 지역의 핵심 공기업을 중앙집권적 단일기관으로 묶겠다는 것은 정책의 방향부터 맞지 않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당사자를 배제한 ‘밀실 통합’에 대해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기능개편 논의에 정작 당사자인 항만공사와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 항만 이용자, 해운·물류 전문가가 충분히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론을 정해 놓은 통합”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항만공사 통합은 정부 내부의 행정명령만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항만공사법 개정과 국회 논의가 필요하며 자산과 부채, 인력, 퇴직급여, 항만시설 관리권, 지자체와의 관계까지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전국이 들끓는데 해수부는 왜 침묵하나"...항만공사 통합 저지 마지막 방파제 돼야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부의 태도다. 통합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과 관련해 재정당국의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통합에 대해 방침도 정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민국 해운·항만산업의 경쟁력을 지켜야 할 정책 책임부처"라면서, "정부 내부에서 항만공사 통합론이 제기됐다면 해수부는 항만별 기능과 국제 경쟁구조,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분명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의 항만업계와 시민사회, 노동계, 정치권이 동시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서로 화물과 기능, 이해관계가 다른 4개 항만도시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통합안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진정으로 공공기관을 개혁하려면 기관 숫자를 줄이는 데서 성과를 찾을 것이 아니라 항만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며 투자와 영업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항만공사 통합은 한 번 추진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제도 변화다.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은 항만 경쟁력과 국가 공급망,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일수록 먼저 멈추고 충분히 검증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한국항만공사’ 출범이 아니다. 세계 항만과 경쟁해야 하는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인천항의 대중국 물류와 수도권 관문 기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울산항의 에너지 안보 역량과 여수광양항의 산업 공급망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공개적이고 전문적인 논의다.

해수부가 재정당국의 기관 감축 논리를 방어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 항만경쟁력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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