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폭발·화재 사고를 둘러싸고 외부 공격 가능성과 선원 안전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사태가 단순 해상 화재를 넘어 국제 해상안보 이슈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사고 당시 주변 선박들까지 인지할 정도의 대형 폭발음이 있었다는 증언과 함께, 나무호가 실제 “퇴선 필요” 무전을 송신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HMM 운용 벌크선 ‘HMM 나무호’는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한국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측 UAE 인근 정박 해역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6명을 포함한 승선원 24명 전원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HMM 해상노조 측은 사고 당시 상황이 “퇴선을 검토할 정도로 긴박했다”고 전했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상당히 큰 폭발음이 들렸고 주변 선박들도 모두 이를 인지할 정도였다”며 “나무호는 주변 선박들에 퇴선이 필요하다는 VHF 무전을 송신했다”고 밝혔다.
바다 위 선박 간 거리와 해상 소음 환경을 감안하면, 인근 선박까지 인지할 정도의 폭발은 상당한 규모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외부 공격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기관실 좌현 인근에서 물보라가 솟았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HMM 해상노조 측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현재까지 육안상 선체 외부에서 명확한 파공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선원노동계에서는 “내부 화재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관사 출신인 김두영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내부적 원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외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내 억류 선박 탈출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본격화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국제적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선박이 “호송 대열에서 벗어나 단독 행동하다 공격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원인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두바이 현지 한국선급 지부 인력과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을 현장에 급파해 합동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방청도 폭발·화재 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2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현재 나무호는 자력 운항이 어려운 상태로 UAE 인근 해역에서 예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확보된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빠르면 7일 오후, 늦으면 8일 오전 접안이 예상된다.
조사 과정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기관실 진입 시점이다. 사고 직후 선원들은 이산화탄소(CO₂) 소화설비를 작동시켜 약 4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현재까지 기관실 내부 진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밀폐된 기관실 내부에 고농도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어 질식 위험이 큰 데다, 산소 유입 시 재발화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 선박 화재를 넘어, 중동 전쟁 장기화 속 한국 해운이 실제 안보 위협에 노출됐다는 상징적 사건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20여척 이상이 여전히 대기 중인 상황에서, 선원 안전 확보와 고위험 해역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