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항만공사 통합 저지 총력전…광양시장 "15만 시민과 끝까지 막겠다"
지자체 차원 첫 공식 담화문 발표…산업계·시민사회와 공동 대응 선언
정부가 4대 항만공사 통합을 검토하는 가운데,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사장을 지낸 박성현 광양시장이 직접 반대 담화문을 발표하며 통합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항만공사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식 담화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항만공사 통합 논란이 지역사회 생존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특히 박 시장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해양 전문가이자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항만 운영과 해운·물류 정책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가 통합 반대의 선봉에 나섰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물론 해운·항만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5일 광양시청에서 '항만공사 독립 체제 유지 및 자율성 강화 촉구' 담화문을 발표하고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만별 특성에 맞는 자율성과 신속한 현장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항만공사 통합은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동부권에 본사를 둔 유일한 국가 공공기관이며, 광양항 역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국가 핵심 물류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광양항은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관문"이라며 "기업 물류비 절감과 산업 경쟁력은 물론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만공사 통합이 가져올 부작용으로 ▲특정 대형 항만으로의 투자 집중 ▲지역 항만 경쟁력 약화 ▲중앙집권적 조직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약화 등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세계 주요 항만은 각각의 배후산업과 입지에 맞는 특화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면 수익성이 높은 특정 항만으로 투자와 자원이 집중되고 지역 항만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글로벌 선사와 화주의 요구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데 본사 중심의 비대한 통합조직은 관료주의와 의사결정 지연을 초래해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하기 어렵다"며 "항만은 24시간 운영되는 고위험 현장인 만큼 중앙집중식 안전관리 체계는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려 중대재해 위험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브리핑에서 보다 강도 높은 표현도 내놓았다.
그는 "항만공사가 통합되면 광양항은 특정 대형 항만에 예속된 출장소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광양항은 부산항과 함께 국가 항만정책의 양대 축인 '투포트(Two-Port) 시스템'으로 출발했지만 통합이 현실화되면 특정 항만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금 세계는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결국 물류비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광양의 철강산업과 여수 석유화학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항만을 통한 저렴한 물류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항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산업과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지역 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 상공계, 15만 광양시민과 함께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문은 최근 항만공사 통합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대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여수시의회는 항만공사 통합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으며, 광양시의회 역시 정부의 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의결했다. 양 시의회는 "항만공사 통합은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 물류체계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충분한 공론화와 지역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운·항만업계에서는 항만공사 노동조합의 반발에 이어 항만 소재 지방의회,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하면서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논의가 더욱 큰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을 역임한 해양 전문가인 박성현 시장이 전면에 나서 통합 반대 논리를 제시하면서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