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타임스 "미국, 한국 조선 역량 자국 산업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주장
한미 1,500억달러 조선협력 추진에 견제…한국 조선업 둘러싼 미중 경쟁 부각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 조선업계에 미국과의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의 협력 확대가 오히려 한국의 장기적인 조선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29일 밤 게재한 논평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부의 지정학적 요구에 대응하기보다 아시아 지역 산업 생태계와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평은 30일 국내에도 보도됐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주요 조선사들이 올해 3분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익성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현재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높은 선가의 선박을 수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선박 인도와 기자재 공급망 확보, 핵심 기술인력 양성,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한국의 조선 역량을 자국 산업 재건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신문은 미국의 협력 제안이 새로운 수주 기회와 시장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 인력, 핵심 생산역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향이라면 장기적인 비용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업은 단순히 공장 하나를 다른 나라로 이전한다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며, 수십 년간 축적된 협력업체 네트워크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숙련인력, 생산체계가 결합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산업 기반을 미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공급망 운영비용과 인력 양성 부담이 증가하고, 한국 조선업계가 자체적인 기술 고도화에 투자해야 할 자원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대안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조선산업의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신문은 아시아 조선업계가 오랜 기간 형성해 온 부품·소재·장비 공급망과 선박 설계기술,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통해 정교한 분업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신조선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도 공급망 협력과 기술 교류, 산업표준 정립 등에서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산업 생태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존 산업 연계를 약화시키는 움직임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평은 한국과 미국이 조선산업 협력을 구체화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를 개소하고,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마스가는 한국의 조선 기술과 생산역량, 투자 등을 활용해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협력 구상으로, 총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투자계획이 포함돼 있다.
양국은 당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 구축을 비롯해 공급망 협력, 전문인력 양성, 공동 연구개발 등 4개 분야에서 총 15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개선과 현대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첨단 조선기술 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에도 미국과의 협력은 새로운 사업 기회로 평가된다. 미국 군함 및 특수선 시장 진출과 현지 조선소 현대화 사업 참여, 기자재 공급망 확대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확보하고 생산능력 확대와 자동화 설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현지 조선업체 및 기술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과 현지 숙련인력 부족, 기술 이전 및 국내 생산기반 유지 문제는 한국 조선업계가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조선협력의 사업 기회와 함께 투자비용, 인력 유출, 공급망 약화, 기술 유출 위험 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번 논평은 이러한 산업적 위험을 강조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중심의 조선협력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앞서 지난 7월에도 한미 조선협력이 한국 조선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만으로는 새로운 도약을 보장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수요를 새로운 시장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기자재 거래 및 아시아 역내 공급망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논평이 제기한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단순한 구도보다는, 한미 조선협력에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확보하면서 국내 기술과 생산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조선산업의 공급망과 첨단기술 확보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