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4개 항만공사'가 대한민국 경쟁력"…"획일적 통합은 항만 백년대계 훼손"
"항만 백년대계 흔드는 졸속 추진 중단…노사정 협의체 구성해야"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통합을 검토하는 가운데, 전국 항만 현장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항운노련)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항운노련은 "하나의 거대한 항만공사보다 강한 네 개의 항만공사와 하나의 대한민국 공급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정부의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항운노련은 27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수도 부산'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각 항만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고유의 기능과 자율성을 충분한 검토 없이 하나로 흡수하는 것은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만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항만공사는 단순한 공기업 아니다"
항운노련은 항만공사가 단순한 지방 공기업이 아니라 국가 물류 경쟁력을 책임지는 핵심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명은 "항만공사는 2003년 항만공사법 제정을 통해 중앙집중식 항만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항만별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에 맞는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 핵심 물류기관"이라며 "이를 획일적으로 통합하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현장 대응력이 떨어져 결국 항만 경쟁력 저하와 노동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 효율화라는 명분만으로 지역경제와 국가 물류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조직 통합부터 추진하는 것은 항만 백년대계를 다루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부산·인천·울산·광양은 경쟁자가 아닌 국가 공급망 축"
항운노련은 4개 항만이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라 국가 공급망을 구성하는 상호 보완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이자 국제 해운물류 중심축이며,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 관문이자 대중국 교역과 미래 남북경제협력의 핵심 거점이라는 설명이다.
또 울산항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석유화학 산업을 뒷받침하는 액체벌크 특화항이고,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산업과 국가 기간산업 공급망을 책임지는 전략 항만이라고 평가했다.
항운노련은 "각 항만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지정학적·산업적 특성에 따라 서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연결될 때 대한민국 항만은 진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협력"
항운노련은 항만공사 간 협력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조직 통합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노련은 해외 공동마케팅, 탄소중립 항만정책, 디지털·AI 기반 스마트항만 구축, 북극항로 대응, 항만안전 공동대응 등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력은 각 항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지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현장의 신속한 판단과 지역 중심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국가 물류 안정성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통합 논의 즉각 중단…노사정 협의체 구성해야"
항운노련은 정부에 ▲항만공사법 취지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되는 통합 논의 즉각 중단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의 독립적인 운영권과 투자 보장 ▲공동마케팅과 스마트항만 구축 등 협력사업 중심의 효율화 추진 ▲항만공사·노동계·지역사회·산업계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구했다.
특히 항운노련은 "전국 항만 현장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항만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강국 전략의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이번 통합 논의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어 "강한 부산항과 강한 인천항, 강한 울산항과 강한 여수·광양항이 함께 만드는 해양물류 네트워크야말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며 "정부는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항만 간 상생과 협력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항운노련의 반대 선언으로 항만공사 통합을 둘러싼 반발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항만공사 노조와 시민사회, 정치권에 이어 항만 현장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이어 항만공사 통합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운노련의 요구>
항운노련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항만공사법의 입법 취지와 법적 근거, 현장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추진 중인 4개 항만공사 강제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2. 부산 · 인천 · 울산 · 광양항의 각 항만의 특화 전략에 맞는 독립적인 운영권과 투자를 보장하라.
3. 조직 통합이 아닌 공동마케팅·항만정책·스마트항만·항만안전 등 협력사업으로 효율화를 추진하라.
4. 항만공사·노동계·지역사회·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하여 항만정책을 함께 설계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