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국가균형발전 훼손하는 자멸적 정책"…항만단체 9곳 공동성명 발표
정부의 4대 항만공사(PA) 통합 추진 움직임에 대해 울산 항만업계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부산과 인천 등 항만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지역 주요 해운·항만 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항발전협의회와 울산항만물류협회, 울산항선사대리점협의회, 한국해운조합 울산지부, 울산항도선사회, 울산항탱크터미널협의회, 울산항업협회, 울산항운노동조합,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울산지부 등 9개 단체는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항만공사 통합 추진은 현행 항만공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고 지역경제와 국가균형발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는 울산·부산·인천·여수광양항만공사 통합 논의에 대해 "해운항만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무시하고 국가 수출입 전초기지인 항만의 자율성을 압살하는 일방적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성명은 "항만은 각 지역의 제조업과 수출입 산업, 지역사회 생존과 맞물려 있는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라며 "국가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처리하는 핵심 기반시설을 단일 조직으로 획일화하려는 발상은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마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항만공사법」이 지역별 항만공사를 독립적으로 설립한 취지는 정부 중심의 획일적 관리체제를 벗어나 지역 밀착형 전문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통합안은 이러한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 항만 운영 사례도 언급했다.
이들은 "세계 주요국 역시 개별 항만의 물류 경쟁력과 배후산업 연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만별 독립 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만 경쟁력은 거대 조직이 아니라 현장 중심 서비스와 비용 경쟁력, 생산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울산항의 특수성도 부각했다.
단체들은 "울산항은 에너지·석유화학·자동차·조선산업을 뒷받침하는 대한민국 최대 산업지원항만"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물류허브 구축과 탄소중립 실현, 국가 에너지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 통합기관이 출범하면 수익성과 규모 중심의 획일적 기준이 적용돼 특정 거점항만으로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고, 울산항과 같은 에너지 특화항만의 필수 인프라 투자는 소외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는 지역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 제조업 공급망 약화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각 항만공사는 이미 안정적인 물동량과 항만시설 사용료, 임대수입 등을 기반으로 높은 경영 효율성과 건전한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관리비 절감이나 행정 효율성은 미미한 반면 조직 비대화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과 지역 갈등 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조직이 본부 산하 지원조직으로 축소될 경우 지역 고용 감소와 현장 대응력 약화가 불가피하며, 물류 차질과 인프라 공급 지연의 피해는 결국 화주와 선사, 항만근로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항만업계는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은 실익은 거의 없는 반면 국가균형발전을 후퇴시키고 지역산업 지원 기능을 마비시키는 자멸적 정책"이라며 "기업들의 물류비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독단적인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며, 개별 항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현행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