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3일 공운위서 ‘공공기관 기능개혁’ 의결…BPA·IPA·UPA·YGPA 하나로 통합
정부 “기능 같고 지역별 산재…과당경쟁 억제·공급망 변화 대응·해외거점 공동조성 필요”
기존 4개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격하…정책·기획 기능은 통합공사로 일원화
지역·정치권·노조·항만업계 반발에도 통합 강행 수순…향후 법 개정·지역사회 협의가 최대 변수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PA)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 재정당국의 공공기관 통폐합 검토 대상으로 항만공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항만공사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와 정치권, 시민단체, 항만업계에서 거센 반대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결국 4개 항만공사를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고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았다.
특히 정부가 이번 통합의 핵심 명분으로 제시한 것은 ‘지역항만 간 연계 강화’와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 억제’, ‘해외거점 공동 조성을 통한 대외경쟁력 강화’다. 그러나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해온 지역과 항만업계에서는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의 기능과 화물구조, 경쟁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기능이 같은 기관’으로 규정해 통합하는 것이 과연 항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개혁을 ‘공공기관 DIET 2026’으로 명명하고 전략적 구조개혁과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등을 통해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발전·항만·에너지·석탄·공항·토지주택·철도 등을 ‘국가 인프라 관리체계 개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정부 “발전·항만 등 유사기관 개별 운영, 대외경쟁력 약화”
이번 발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항만공사를 발전 5사와 함께 ‘유사기관 개별 운영’의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현재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유사 공공기관의 개별 운영(발전·항만 등)으로 정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고 대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AI 대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등 복합위기가 상시화하면서 과거 기관별 업무 수행 방식보다는 기관 간 기능을 결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과거에는 기능 세분화와 전문성 강화 중심의 공공기관 운영이 유효했지만 현재는 기관별로 유사·중복 기능을 개별·분산 운영하면서 고정비와 중복 관리비용이 발생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발전 5사를 각각 운영하는 이유와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통합 논의가 본격화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항만공사는 발전 5사와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통합 반대 측의 핵심 주장이다. 발전 5사가 동일한 전력시장 안에서 발전사업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은 컨테이너 환적, 수도권 수출입 물류, 액체화물·에너지, 제철·석유화학 등 각 항만의 주력 화물과 배후산업, 경쟁 상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4개 PA 하나로…‘한국항만공사’ 만든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항만공사 개편안은 예상보다 구체적이다.
정부는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에 대해 “기능은 같으나 지역별로 산재한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국제 항만 경쟁력을 제고한다”고 명시했다.
통합 필요성으로는 먼저 지역항만 간 연계 강화를 제시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항만물류의 세계적인 트렌드 전환에 대응하려면 현재와 같이 항만별로 독립적인 공사를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체계에서 국가 항만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또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해외거점을 공동 조성하는 등 대외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개별 항만공사가 추진해온 해외 항만개발·물류거점 확보 등의 사업도 향후 통합공사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BPA·IPA·UPA·YGPA는 ‘지역지사’로
통합 방식도 처음으로 명확하게 공개됐다.
정부안은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단일 법인화하고 정책·기획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현재 독립된 공기업인 BPA·IPA·UPA·YGPA는 통합 이후 각각 부산지역지사·인천지역지사·울산지역지사·여수광양지역지사 형태의 산하 조직으로 개편된다.
지역지사는 각 항만의 특성에 맞는 지역별 특화사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첨부된 ‘항만공사 통합 및 권역별 운영체계(안)’ 역시 현재의 4개 독립 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 아래 4개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정부안대로라면 현재 각 항만공사가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정책·기획 기능은 중앙의 한국항만공사로 올라가고 지역 조직은 현장 집행과 특화사업을 담당하는 구조가 된다.
이는 단순히 기관 명칭을 하나로 합치는 수준을 넘어 지난 2004년 부산항만공사를 시작으로 도입된 지역별 항만공사 체제를 사실상 20여 년 만에 다시 중앙집중형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향후 항만정책의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회사도 통합…‘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 신설
정부는 4개 항만공사 본체뿐 아니라 산하 자회사도 통합한다.
여수광양항만관리, 울산항만관리,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 여수엑스포관리 등 항만공사 자회사 5개를 수평 통합해 가칭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각 항만별로 분산돼 있는 보안·시설관리 기능을 통합하면 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항만 보안 수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안이 현실화하면 항만공사 본체는 ‘한국항만공사’, 보안·시설관리 분야는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이라는 전국 단위 조직으로 각각 재편되는 셈이다.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 정부 진단도 논란 불가피
항만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을 통합의 필요성으로 공식 제시했다는 점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 항만시장에서 부산항의 핵심 경쟁 상대는 국내 항만보다는 싱가포르·상하이·닝보저우산 등 글로벌 허브항만이다.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항, 울산항은 액체화물과 에너지 중심항,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과 컨테이너를 동시에 처리하는 복합항만이라는 점에서 각 항만의 산업기반과 경쟁구조도 다르다.
따라서 지역 항만 간 경쟁 자체를 ‘과당경쟁’으로 규정해 이를 통합의 핵심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정부 자료에는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비용절감 규모나 조직·인력 효율화 효과, 항만별 생산성 변화, 글로벌 경쟁력 상승 효과 등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은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발전 5사의 경우에는 연간 500억원 내외의 연구개발비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이 발전사별로 분산 투자되고 있다는 수치와 함께 통합재무구조, 공동구매, 중복인력 효율화 등의 효과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항만공사 통합의 경우에는 지역항만 간 연계, 공급망 변화 대응, 과당경쟁 억제, 해외거점 공동 조성이라는 정책적 방향이 제시됐을 뿐 왜 독립된 4개 공사를 하나로 합쳐야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실증자료는 이번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지역 반발에도 정부는 통합 로드맵 착수
문제는 이번 발표로 항만공사 통합이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정부의 공식 공공기관 기능개혁 과제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각 부처가 구체적인 기관별 기능개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이를 상정·의결할 계획이다.
통합에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 국회와 협의하고, 지역별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은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노동계와는 노정협의체와 주무부처·기관별 노조 협의를 병행하기로 했다.
통폐합 대상 기관 직원은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합 전후 처우가 떨어지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한다. 복지수준과 개혁 일정을 고려해 한시적 정액수당이나 선택적 복지비 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그러나 항만공사 통합은 단순한 직원 고용 문제가 아니라 지역 항만의 경영 자율성과 항만개발 의사결정권을 누가 갖느냐는 항만 거버넌스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논쟁은 오히려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항만공사 내부와 노동조합뿐 아니라 해당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 시민사회와 항만업계까지 통합에 반대해온 만큼 정부가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설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부산항처럼 글로벌 환적허브 경쟁을 벌이는 항만의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중앙의 통합공사로 넘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지, 오히려 신속한 투자와 시장 대응을 어렵게 하는 것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번 개혁의 비전으로 내건 것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하지만 항만공사 통합이 실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난 3월부터 제기돼 온 ‘명분 없는 통합’ 논란은 이번 공식 발표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항만공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다…해수부 산하기관도 타깃
재정경제부는 항만공사 통합 이외에도 해수부 산하기관에 대한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과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국립울진해양과학관을 통합해 가칭 한국해양문화진흥원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통합하고, 한국항로표지기술원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묶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