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동부권 7개 시·군 “항만공사 통합 중단하라”…지자체 첫 집단행동
전남광주 동부권 7개 시·군 “항만공사 통합 중단하라”…지자체 첫 집단행동
  • 항만산업팀
  • 승인 2026.08.19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양·여수·순천·곡성·구례·고흥·보성 공동건의문 채택…“여수광양항만공사 독립성·전문성 반드시 지켜야”
해수부·국회에 공식 전달하고 언론홍보·대외연대까지…항만공사 소재 지자체 연쇄 대응으로 번지나

제공 광양시
제공 광양시

 

정부가 검토 중인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대 항만공사(PA) 통합 구상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노동계와 항만업계를 넘어 지방정부 차원의 집단행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둘러싸고 전남광주 동부권 7개 지방자치단체가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대정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항만공사 통합 문제를 놓고 복수의 지자체가 공식적인 공동 입장을 채택해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광양시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광양·여수·순천시와 곡성·구례·고흥·보성군 등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부권 7개 시·군은 지난 15일 여수시청에서 시장·군수 간담회를 열고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독립성·전문성 유지'를 포함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안건은 광양시가 제안했다.

7개 시·군은 공동건의문을 통해 정부에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독립성·전문성과 자율적 운영체계 유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수·광양항의 국가 전략항만 육성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을 공식 요구했다.

단순히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존치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의 '4대 항만공사 통합' 구상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동부권 지방정부들이 공동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노동계 넘어 지방정부까지…'PA 통합 반대' 전선 확대

이번 공동건의문은 항만공사 통합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주로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과 항만·해운업계, 지역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항만공사가 위치한 광양뿐 아니라 여수·순천과 곡성·구례·고흥·보성까지 인접 지방정부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항만공사 통합을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산업정책, 공공기관 존치, 국가 균형발전이 걸린 지역 공동 현안으로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7개 시·군은 공동건의문을 해양수산부와 국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 홍보와 대외 연대를 통해 항만공사 통합 저지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가 통합 논의를 구체화할 경우 지방정부 차원의 반대 움직임 역시 더욱 조직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 지역 공공기관도 못 지키면서 무슨 공공기관 유치냐”

지역사회의 반발이 강한 배경에는 항만공사 본사 존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동부권에 본사를 둔 유일한 국가 공공기관이다. 정부가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통합기관 본사를 다른 지역에 둘 경우 동부권 입장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국가 공공기관을 사실상 잃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여수·광양항은 단순한 지역항만이 아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 율촌산업단지 등을 배후에 둔 국내 최대 산업항만 가운데 하나로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의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러한 산업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에서 항만을 개발·운영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항만공사의 전문성과 의사결정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여수광양항은 포스코와 여수석유화학산단, 율촌산단 등 지역 핵심 산업을 지탱해 온 성장 근간"이라며 "항만공사 통합으로 본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면 지역 기업을 위한 물류·일자리 지원과 주요 정책·예산 배정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우리 지역에 있는 국가 공공기관도 지키지 못하면서 신규 공공기관을 유치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핵심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항만마다 역할 다른데 하나로 묶나”…통합 명분에도 의문

항만업계에서는 4대 항만공사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할 경우 각 항만이 축적해 온 전문성과 자율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환적항을 지향하고 있고,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항이자 대중국 교역 거점, 울산항은 액체화물과 에너지 중심항만,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컨테이너 물류를 아우르는 국가 산업항만이라는 서로 다른 기능과 배후산업을 갖고 있다.

결국 항만별 고객과 화물, 배후산업, 개발 방향이 다른 상황에서 조직을 하나로 묶을 경우 '규모의 경제'보다는 의사결정 지연과 획일적인 항만정책, 지역별 투자 우선순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만 개발에는 부두 건설뿐 아니라 배후단지와 도로·철도망, 산업단지, 지방정부의 도시계획까지 긴밀하게 연결된다. 지역에 기반한 항만공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지자체·기업 간 협업이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 7개 시·군의 공동건의는 항만공사 통합 문제의 핵심을 '공기업 숫자를 줄이는 조직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요 항만을 어떤 거버넌스로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여수광양에서 시작된 지자체 공동대응…부산·인천·울산으로 번지나

앞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다른 항만공사 소재 지역의 움직임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시작된 지방정부 공동 대응이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으로 확산할 경우 정부의 통합 추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항만공사는 본사가 위치한 도시만의 기관이 아니다. 항만 배후권역과 산업·물류망이 광역적으로 연결돼 있어 인접 지방정부 역시 통합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광양뿐 아니라 여수·순천·곡성·구례·고흥·보성까지 7개 시·군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항만의 광역경제권적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부산·경남권, 인천·경기권, 울산과 인접 지역에서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경제계 등이 연대해 통합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미 항만공사 노동조합들이 통합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상공계, 항만업계까지 가세할 경우 반대 전선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공동건의 넘어 ‘통합 저지 연대’ 예고

이번 7개 시·군의 움직임은 일회성 공동건의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동부권 시·군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부권 상생협의회'를 공식적인 광역 협력체계로 구축하고 공동 현안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항만공사 통합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이 협의체가 지역 차원의 통합 저지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공동건의문을 해수부와 국회 등에 전달한 이후에도 언론 홍보와 대외 연대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정부의 통합 검토 단계에 맞춰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항만공사 통합은 더 이상 중앙정부와 4개 항만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공공기관 존치, 항만 투자와 개발 권한이 직결된 사안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남광주 동부권 7개 시·군이 처음으로 공동 행동에 나서면서 정부가 항만공사 통합을 강행할 경우 항만공사가 위치한 각 지역의 집단적인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정부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항만공사 통합을 검토한다면, 이에 앞서 서로 기능과 산업기반이 다른 4대 항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조직을 하나로 합쳐야 하는 이유와 그 실익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