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극항로(NSR: Northern Sea Route)를 단순한 해상 물류 루트가 아닌 다극 세계 질서 속 ‘지정학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6월 발표한 러시아·CIS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자국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전략적 해양 영향력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연간 물동량이 지난해 기준 3790만톤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10~15년간 수출 위주의 물동량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은 통과운송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전략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며, ▲해운·철도·내륙수로 연계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발트해·흑해 항로 리스크 회피 ▲다극적 연결망 구축 등 ‘환북극 운송체계’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자국의 외교·안보 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표명했고, 중동 분쟁으로 국제 사회의 시선이 분산되는 틈을 타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아시아 양측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우리 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북극항로 개척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국내 해운·조선업의 활로와 국토 균형 발전의 수단으로 북극항로의 전략적 활용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특별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올해 하반기 APEC 경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러 관계 개선과 북극항로 협력 강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북극항로 강화 움직임은 단순한 운송로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외교가 결합된 거대 전략”이라며 “한국 역시 조선·물류 기업의 북극항로 진출과 러시아와의 협력 재개를 신중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