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조합원 400여명 상경 공동투쟁
정부 ‘한국항만공사’ 통합 방침에 첫 대규모 공동행동…지역 항만 자율성·전문성 훼손 주장
“우리의 미래를 우리 없이 결정하지 말라”…신장식 의원도 현장 찾아 노조에 힘 실어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한국항만공사’ 통합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 집결했다. 각 지역에서 진행해 온 반대 투쟁을 넘어 대통령에게 직접 항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대규모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부산항만공사(BPA)·인천항만공사(IPA)·울산항만공사(UPA)·여수광양항만공사(YGPA) 노동조합은 28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동측에서 조합원 약 400명이 참여한 가운데 ‘4개 항만공사 조합원 공동투쟁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도 연대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직접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신 의원이 속한 농해수위는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등 해양수산 분야 정책과 소관기관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노조에 따르면 신 의원은 이날 총궐기 현장을 찾아 4개 항만공사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통합 추진에 대한 현장의 입장을 청취하고 노조의 활동에 힘을 실었다. 노조 측은 신 의원이 앞으로 국회와 농해수위 차원에서도 항만공사 통합 문제와 관련해 노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라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유사·중복 기능을 정비하고 분산된 기능을 연결해 항만의 국제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이후 공공기관 기능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통합 로드맵 마련과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4개 노조는 이날 청와대 앞까지 투쟁 장소를 확대하며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노조 측은 항만공사 통합이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이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구축한 항만별 자율경영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이라며 충분한 검증과 현장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 같은 게 아니라 업종이 같은 것”
박신호 BPA 노조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가 항만공사를 ‘기능이 같은 기관’으로 보고 통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항만공사는 기능이 같은 것이 아니라 업종이 같은 것”이라며 각 항만이 서로 다른 물동량 구조와 배후산업, 발전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획일적인 조직으로 묶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되 기존 항만은 지역지사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복 기능을 줄이고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시각은 다르다. 부산항은 환적,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 울산항은 에너지, 여수광양항은 산업물류라는 서로 다른 역할과 배후산업을 갖고 있는 만큼 개별 항만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국가 전체의 항만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합부터 발표하고 편익 분석…수술부터 하고 진단하는 격”
이영호 IPA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통합의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정부 연구에서 항만공사 통합의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통합부터 발표하고 편익을 분석하는 것은 수술부터 하고 진단하자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항만공사가 자체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독립채산형 공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일반적인 재정지원 공공기관과 동일한 논리로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항만공사 간 협력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동투자와 해외사업, 중복업무 조정 등 필요한 기능은 기존 4개 항만공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만큼 법인 자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사 남아도 결정권 없으면 무슨 의미 있나”
정부가 통합 이후에도 각 지역에 지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남철희 YGPA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간판도, 사무실도 아니다”며 지역에 필요한 투자를 결정할 권한과 예산·인력을 현장 여건에 맞게 운영할 권한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남 위원장은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통합 본사로 넘어가면 지역지사가 남더라도 실질적인 항만 자율경영은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역에 어떤 권한과 예산이 남는지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정부가 밝힌 지역지사 유지 방안과 노조가 제기하는 ‘실질적 의사결정권 유지’ 문제가 향후 통합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통합 이후 지역별 현장 기능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권한·예산 배분 구조는 후속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은 세계와 경쟁하는 항만”
강덕호 UPA 노조위원장은 항만별 특화전략을 통합 반대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은 각각 특화된 전략을 가지고 세계와 경쟁하는 항만”이라며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고 대한민국 항만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집중적인 의사결정체계가 구축되면 지역 현장의 판단이 늦어지고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항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이미 표면화됐다. 광양시의회는 앞서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의 물동량 구조와 배후산업, 발전전략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통합 재검토를 요구했고, 인천에서도 정치권과 항만업계·노동계를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지역 투쟁 넘어 청와대로…신장식 의원도 현장 방문
특히 이날 총궐기는 4개 항만공사 노조가 개별 지역을 넘어 청와대 앞에서 동시에 통합 철회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정 갈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농해수위 소속 신장식 의원이 직접 집회 현장을 찾으면서 항만공사 통합 문제가 향후 국회 차원의 논의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끌게 됐다. 노조는 신 의원의 현장 방문을 통합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향후 농해수위에서도 자신들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4개 항만공사 강제통합 추진 중단 ▲통합 근거와 비용·편익 공개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검증 ▲노동조합·지역사회·항만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협의 등을 요구했다.
4개 노조는 정부가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경우 공동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강덕호 위원장은 “오늘 우리의 투쟁은 시작”이라며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더 크게 외치고, 통합을 강행한다면 더 강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철희 위원장도 “우리의 미래를 우리 없이 결정하지 말라”며 “부산도, 인천도, 울산도, 여수광양도 혼자 싸우게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미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는 기본 방향을 확정하고 후속 TF를 가동한 가운데, 4개 항만공사 노조가 청와대 앞 공동 총궐기라는 직접 행동에 나서고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까지 현장을 방문하면서 항만공사 통합을 둘러싼 논의는 정부와 항만 현장을 넘어 국회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