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를 지역지사로 만들면 개발·예산·투자권 중앙으로 넘어가”
조승환 전 해수부 장관 “항만공사법 개정 막을 것”…통합 추진 제동 예고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대 항만공사(PA)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항만공사 소재지역 국회의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지방의회 등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통합 반대 움직임이 국회로 확산되면서 향후 항만공사법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부산·인천·울산 등 항만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국가 항만경쟁력을 훼손하는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능 중복 해소와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합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항만공사를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 대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항만은 지역 산업의 기반이자 수출입 물류의 관문이며 지역경제와 일자리,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이라며 “단순히 행정적으로 묶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 항만공사 출범 이후 기존 PA가 ‘지역지사’ 형태로 전환될 경우 항만별 자율경영 체제가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통합 본사로 정책과 기획 기능이 집중되면 중장기 항만개발계획과 예산 편성, 투자 결정, 해외사업, 배후단지 조성, 지역 특화사업 등 현재 각 PA가 수행하고 있는 핵심 권한이 지역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역 항만의 미래를 지역이 설계하지 못하고 중앙이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체제는 효율화가 아니라 지방분권의 후퇴이자 지역 자치권의 박탈”이라고 주장했다.
◆ “통합 경제성부터 공개하라”
정부가 통합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성과 경쟁력 제고 효과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의원들은 정부에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 즉각 철회 ▲통합의 경제성·효율성 및 항만경쟁력 제고 효과 공개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항만도시 지방자치단체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양시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다른 주요 항만도시에서는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시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핵심 공공기관이 사라지고 지역 항만이 중앙 본사의 지역지사로 전락할 위기 앞에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내놨다.
◆ 조승환 “항만공사법 개정 막겠다”
특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조승환 의원이 항만공사 통합에 필요한 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합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조 의원은 이날 “항만공사 통폐합을 위해서는 항만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개정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에는 통합에 따른 경제성과 항만경쟁력 변화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공공기관 숫자를 줄이거나 조직을 합치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항만공사가 소재한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지역 여론을 고려할 경우 통합에 공개적으로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번 공동행동에는 24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부산에서는 조승환(중구·영도구), 곽규택(서구·동구), 김대식(사상구), 김도읍(강서구), 김미애(해운대구을), 김희정(연제구), 박성훈(북구을), 박수영(남구), 백종헌(금정구), 서지영(동래구), 이성권(사하구갑), 이헌승(부산진구을), 정동만(기장군), 정성국(부산진구갑), 정연욱(수영구), 조경태(사하구을), 주진우(해운대구갑), 한동훈(북구갑) 의원 등 18명이 참여했다.
울산에서는 김기현(남구을), 김태규(남구갑), 박성민(중구), 서범수(울주군) 의원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에서는 인천항을 지역 기반으로 둔 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윤상현(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이 동참했다. 다만 회견문에는 여수·광양지역 국회의원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 노조·시민사회 반대 넘어 국회로 확산
4대 PA 통합 논란은 정부가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하나의 통합 항만공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정부는 중복기능 해소와 조직 효율화, 항만 간 과당경쟁 방지 등을 통합 필요성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항만 소재지역에서는 항만별 산업구조와 배후경제권, 물동량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과 투자 결정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도 최근 통합 철회를 요구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고, 정부의 통합 후속작업이 진행되면서 객관적인 경제성 분석과 통합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항만 소재지역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통합 반대 전선에 합류하고 법 개정 저지까지 예고하면서 PA 통합 문제는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을 넘어 국가 항만 거버넌스와 지방분권, 지역 항만의 경영 자율성을 둘러싼 정치·정책 쟁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