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통합 끝까지 막겠다”…정일영 의원, IPA 사장·노조·시·구의원과 간담회
여수시의회 반대 건의안 이어 인천 정치권도 공식 가세…4대 항만도시 공동전선 확산 주목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천지역 정치권과 인천항만공사 노사가 통합 반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여수시의회가 지방의회 차원의 통합 반대 건의안을 처음 채택한 데 이어 인천에서도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인천항만공사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항만공사 통합 반대 움직임이 전국 항만도시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인천항만공사(IPA)를 방문해 이경규 사장과 이영호 노동조합위원장, 조민경·정채훈 인천시의원, 신선혜·최정희 연수구의원 등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과 IPA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항만공사 통합이 인천항의 자율성과 전문성, 투자 여력을 훼손하고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 의원은 “인천항만공사는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인천항의 경쟁력과 대한민국 서해권 물류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라며 “전국 항만공사가 통합되고 본부가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인천항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항만공사를 지키는 일만큼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정부의 통합 추진에 단호히 맞서고 국회에서도 필요한 모든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투자 이미 65% 급감…“통합까지 하면 인천항 후퇴 불가피”
인천지역의 반발이 거센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확대된 항만 간 투자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정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에 대한 정부 재정투자는 2021년 2,514억원에서 2025년 4,616억원으로 83.6% 증가했다. 반면 인천항 투자는 같은 기간 1,772억원에서 614억원으로 65.4% 감소했다.
부산항과 인천항의 투자 격차는 2021년 742억원에서 2025년 4,002억원으로 확대됐고, 투자 규모 차이도 1.4배에서 7.5배로 벌어졌다.
정부 재정투자 순위에서 인천항은 2021년 전국 3위에서 2025년 8위로 추락한 반면, 부산항은 2023년 이후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항만공사 통합까지 추진되면 예산과 인력, 주요 의사결정이 통합 본부가 위치한 지역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 인천지역의 우려다.
정 의원은 “정부가 이미 인천항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인 상황에서 항만공사까지 통합하면 인천항의 기능과 경쟁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인천항의 미래 성장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대중국 물류 거점…부산항과 역할부터 다르다
인천항은 수도권 수출입 화물과 대중국 교역을 담당하는 국가 전략항만이다. 부산항이 글로벌 환적 허브 기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인천항은 수도권 제조·소비시장과 중국을 연결하는 관문항으로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전자상거래, 냉동·냉장 화물, 대중국 카페리 등 인천항의 주요 물류 구조도 다른 항만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인천항 차량·부품 물동량은 2021년 781만3,000톤에서 2025년 894만8,000톤으로 증가해 수도권 수출입 거점 기능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정 의원은 “전국 항만은 기능과 산업구조, 배후 수요가 모두 다르다”며 “이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은 항만별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지역 맞춤형 투자를 가로막는 중앙집권적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항만들이 항만별 독립 경영과 지역 기반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국제적인 항만 운영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IPA 이전도 반대…“물동량 중심인 송도에 남아야”
이날 간담회에서는 인천항만공사 이전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 의원은 인천항 물동량의 중심이 내항에서 인천신항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IPA는 항만 현장과 가까운 송도에 계속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IPA는 송도 내 임대청사를 사용하고 있다. 정 의원은 공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송도에 자체 사옥을 건립해 인천항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 물류 기능을 집적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IPA 이전은 답이 아니다”며 “인천항의 중심이 신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공사는 항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천항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A가 현장에서 멀어질 경우 항만 이용자와 운영사, 배후단지 입주기업과의 소통이 약화되고 신속한 현장 대응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IPA 노사도 통합 반대…4대 항만공사 노조 연대 확대
인천항만공사 측도 이날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이영호 IPA 노동조합위원장은 다른 항만공사 노동조합과 연대해 정부의 통합 추진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은 통합이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하고 일방적인 중앙집중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공동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의 지역사회 설득 활동을 계기로 여수시의회가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고, 광양시의회도 통합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공사 노사가 공동 행동에 나서면서 통합 반대 운동은 노동조합 차원을 넘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역항만 통합은 효율화 아닌 경쟁력 약화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편과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항만공사 통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4개 항만공사가 유사한 업무를 중복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산업과 물류시장을 담당하는 독립 경영 주체라는 반론이 거세다.
부산항은 환적, 인천항은 수도권·대중국 물류, 울산항은 액체화물과 에너지,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산업 지원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항만공사를 단일 조직으로 묶을 경우 조직 규모만 커지고 의사결정은 느려지며, 각 항만의 투자 우선순위와 발전 전략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합 본부가 부산에 설치될 경우 인천을 비롯한 다른 항만의 투자와 인력, 정책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불신이 지역 반발을 키우고 있다.
정 의원은 “항만공사 통합은 효율화가 아니라 지역 항만의 정책 결정권과 성장 기반을 한곳으로 몰아주는 것”이라며 “인천항의 산업과 일자리, 미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여수 이어 인천까지…통합 반대 전국적 정치 의제로
여수시의회가 지난 23일 항만공사 통합 중단과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자율성·전문성 강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인천 정치권까지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서면서 정부의 통합 구상은 거센 지역 저항에 직면하게 됐다.
향후 인천시의회와 지역 시민사회, 항만·물류업계가 공식 대응에 가세할 경우 통합 논란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전국적인 정치 쟁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원은 “인천항의 경쟁력을 지키는 일은 곧 인천의 산업과 일자리, 미래 성장 기반을 지키는 일”이라며 “지역 특성을 무시한 항만공사 통합과 IPA 이전에 맞서 지역사회와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항만공사의 존재 이유는 거대한 단일 조직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역 산업과 항만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반영하고, 필요한 투자를 신속히 결정해 항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미 정부 투자가 급감한 인천항에 통합까지 강행하는 것은 효율화가 아니라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성장 가능성을 빼앗는 조치라는 것이 인천지역이 정부에 던지는 분명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