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 노조위원장 16일 부산 해수부 청사 앞 피켓 시위
"한국항만공사 설립은 지방분권 역행…글로벌 선사 이탈·항만 경쟁력 추락 우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하더니 항만은 중앙집권?"…노조 강력 반발
정부가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만업계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16일 부산 동구에 위치한 해양수산부 임시청사 앞에서 공동 피켓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4개 항만공사 노조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 공공기관 기능개편 TF가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해양물류 경쟁력과 지방분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이번 통합 논의가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복도 없는 중복 비용 제거라는 잘못된 명분만 내세운 채 각 항만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무시하고 있다"며 "행정 편의주의에 기반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항만공사법 정면 위배…설립 취지 부정"
노조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항만공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현행 항만공사법은 각 항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항만별 독립 법인 체계를 두고 있다.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이 각각의 특성과 시장 환경에 맞춰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노조는 "각 항만마다 독립 법인을 설립하도록 한 항만공사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채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결국 항만공사의 자율성과 책임경영 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선사·화주 이탈 불러올 것"
노조는 항만공사 통합이 국가 물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컨테이너 허브항만,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관문항, 울산항은 에너지·액체벌크 중심항만,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원자재 물류기지라는 명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조는 "글로벌 선사와 화주들은 항만별 특성에 맞춘 서비스와 인센티브를 보고 기항 항만을 결정한다"며 "획일적인 통합 경영체계는 결국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포트세일즈를 약화시키고 해외 경쟁항만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중국 상하이항과 닝보항, 싱가포르항, 두바이항 등 글로벌 항만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통해 물동량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항만공사의 통합은 오히려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글로벌 고객들은 대한민국 4대 항만을 떠나고 경쟁 해외항만들은 환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방분권 성공모델 해체"
노조는 이번 통합 논의가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지방분권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항만공사는 지난 20여 년간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며 지역 산업과 연계된 항만 발전 전략을 추진해왔다. 각 항만은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해 물동량을 확대하고 항만 배후단지 개발, 물류기업 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해왔다.
노조는 "중앙정부 통제 아래 거대 단일조직으로 통합될 경우 지역 맞춤형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아 온 항만공사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만 특성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
노조는 항만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통합이 현장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만이자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이고,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와 대중국 교역 중심항만이다. 울산항은 국내 최대 액체화물 처리항이며,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원자재 물류 거점이다.
노조는 "DNA가 전혀 다른 조직을 하나로 묶는 것은 비전문적이고 비현실적인 발상"이라며 "현장 갈등과 의사결정 지연, 책임경영 약화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 통합 저지 위해 공동 대응"
4개 항만공사 노조는 이날 시위를 시작으로 항만공사 통합 저지 활동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노조는 공동성명을 통해 ▲지방분권과 지역 중심 경영 가치 존중 ▲항만공사 강제 통합 계획 즉각 철회 ▲노정협의를 통한 현장 의견 수렴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 같은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항만공사 통합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물류 경쟁력과 지역 균형발전 체계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끝까지 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