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앞 공동 기자회견…전해노련도 연대
“비용절감 미미한데 통합부터 결정…지역에는 권한 없는 껍데기만 남아”
통합 편익·지역별 영향 분석자료 공개 요구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에 나선다. 특히 정부가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편익과 지역별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통합을 먼저 결정했다며 이른바 ‘선통합·후검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4개 항만공사 노조는 17일 오전 11시30분 세종시 재정경제부 앞에서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의 항만공사 통합 관련 발언을 반박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전해노련)도 연대에 나서며 4개 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해양수산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 등 25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허 차관이 지난 7일 KTV와 8일 MBN 방송에서 밝힌 항만공사 통합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조는 ▲지역균형발전과 권한 중앙집중화의 모순 ▲통합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과 ‘선통합·후검증’ ▲통합본사의 ‘옥상옥’ 구조와 지역갈등 가능성 ▲통합 편익과 지역별 영향 분석자료 공개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공식 발표한 사실은 KTV 정부 브리핑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허 차관도 정부 합동 브리핑에 참석했다. KTV는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을 다루면서 ‘항만공사 통합 시 지역 경쟁력 약화 우려’를 별도 쟁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4개 노조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지역균형발전’과 ‘통합’이 양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조 측은 항만공사(PA) 제도가 중앙집중적인 항만관리에서 벗어나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 지역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분권형 운영체계라고 주장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환적, 울산항은 액체화물·에너지, 광양항은 벌크·철강원료,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대중국 교역 등 배후산업과 주력화물이 서로 다른 만큼 4개 항만공사를 단순히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국내 항만끼리의 경쟁보다 상하이·싱가포르·로테르담 등 세계 주요 항만과의 경쟁이 본질이라며, 항만별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통합이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정부 논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4개 노조가 제시한 주장으로, 향후 정부가 통합에 따른 경쟁력 개선 효과를 어떤 자료로 제시하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4개 항만공사 3조원 예산인데 절감효과 50억원”
비용절감 효과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노조가 인용한 허 차관의 KTV 발언에 따르면 정부도 현재 시점에서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통합의 목적을 당장의 비용절감보다는 미래 생산성 향상과 공공부문 비용 증가 억제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11년 정부 연구에서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연간 절감효과가 약 50억원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제시한 2026년 4개 항만공사 예산은 부산 1조9,032억원, 인천 6,816억원, 여수광양 3,715억원, 울산 2,031억원 등 총 3조1,594억원으로, 50억원은 약 0.2% 수준이라는 계산이다. 다만 2011년 연구 결과와 2026년 예산을 직접 비교한 수치는 노조 측의 반박 논리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노조는 더욱이 정부가 지난 3일 통합방침을 발표한 뒤 편익 분석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를 근거로 “통합부터 결정하고 효과는 나중에 찾는 선통합·후검증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 항만경쟁력 제고라는 목표만으로 항만 운영체계 전체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요구했다.
“지역에 남는 것은 항만공사 아닌 껍데기”
정부가 기존 항만공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역지사 형태로 유지하고 중앙의 정책·기획 및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는 건물이나 조직이 지역에 남아 있느냐보다 투자·개발·운영·마케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권한을 통합본사가 가져가면 지역에는 집행조직만 남게 되고, 반대로 기존 항만공사에 주요 권한을 그대로 두면 4개 기관 위에 통합본사 하나를 추가하는 ‘옥상옥’이 된다는 논리다.
통합 이후에는 투자재원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현재는 각 항만공사가 자체 재원과 책임 아래 수익을 해당 항만의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지만 하나의 법인으로 묶이면 한정된 투자재원의 배분을 놓고 지역 간 이해가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항만 간 협력을 위해 반드시 법인을 통합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항만공사법에 항만공사 간 협의·조정을 위한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둘 수 있고, 지난해에는 ‘4개 항만공사 해외공동진출 TF’도 출범한 만큼 공동 마케팅과 해외사업, 중복투자 조정 등은 기존 체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 편익·지역별 영향 분석부터 공개하라”
4개 노조는 정부에 통합으로 발생하는 국민 편익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지역별 영향, 항만 운영체계 전환에 따른 보완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국회와 지역사회, 노동조합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 전에 통합방침부터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해노련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4개 항만공사 노조와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송명섭 전해노련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통합 편익과 비용, 지역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고 노동조합과 항만공사, 지역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경우 공동행동과 제도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기자회견은 17일 오전 11시30분부터 기자회견문 발표와 전해노련 연대사 낭독 순으로 진행되며, 정오부터 오후 12시50분까지 재정경제부 앞에서 피켓시위도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