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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컬럼/ “우리 선박이 공격받고, 선원은 사실상 억류됐다”…정부는 왜 아직도 ‘신중론’인가
데스크컬럼/ “우리 선박이 공격받고, 선원은 사실상 억류됐다”…정부는 왜 아직도 ‘신중론’인가
  • 해사신문
  • 승인 2026.05.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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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윤여상 / 경영학박사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가 미상의 비행체 2기에 의해 두 차례 타격을 받았다는 정부 합동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체에는 대형 파공이 발생했고 기관실에는 화재가 났다. 더 이상 단순 화재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선박이 전쟁 위험 해역에서 실제 공격을 받은 것이다. 국제법상 선박은 그 나라의 영토로 간주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메시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외교부 장관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신중하게 파악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연합뉴스에 밝혔다고 한다. 공격 주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두리뭉실하고 영토를 침범 받은 나라의 외교 수장의 답변으로는 실망스럽다.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우리 선박이 공격을 받았는지, 우리 선원들이 안전한지, 정부가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지다.

이란 정부는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부인만으로 한국 정부가 안도해서는 안 된다. 미국 대통령은 사고 직후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한국의 대응 동참을 압박했다. 반면 이란은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면서도, 호르무즈 통항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경고성 메시지를 내왔다. 부인과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만 보인다면, 이는 외교적 균형이 아니라 국민 안전에 대한 우선순위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무호 한 척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는 한국 관련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60명이 발이 묶여 있다. 이들은 법적 의미의 전쟁 포로는 아니지만, 군사적 긴장과 통항 제한 속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막힌 채 위험을 감수하며 공격까지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전쟁 포로' 보다 낫지 않은 상황이다. 선원들은 배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의 안전은 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해상안보 사안이다. 자국의 선박이 공격을 받은 프랑스는 항공모함을 즉각 파견했다. 무력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민국은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는 해양국가다. 바다에서 국민을 지키지 못하면 국가 경제도, 에너지 안보도, 해운 경쟁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고 수없이 말해왔다. 그 원칙이 국내 연안에서만 적용되고, 호르무즈의 한국 선원들에게는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정부가 성급하게 공격 주체를 단정해 외교적 충돌을 키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신중함은 신속한 보호 조치와 함께 갈 때 의미가 있다. 공격 주체를 조사하는 일과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일은 별개가 아니다. 나무호의 선원과 그 가족들은 물론, 고립되어 있는 모든 선박의 관계자들이 느낄 공포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즉각 고위험 해역에 있는 한국 선박의 위치와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선원 가족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청해부대 작전 범위 확대나 다국적 해상안보 협력 참여도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 개입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국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어디까지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의지다.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선원과 가족의 불안을 덜 수 없다. 정부가 표현 수위를 관리하는 동안 선원들은 여전히 위험 해역에 남아 있다.

호르무즈에서 시험대에 오른 것은 한 척의 선박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어디에서든 자국 선박과 국민을 지킬 수 있는지, 그 의지와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국민 생명 앞에서 신중함이 무기력으로 보이는 순간, 국가는 신뢰를 잃는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분명한 행동이다. 한국 선박이 공격받았고, 한국 선원들이 위험에 놓여 있다. 이보다 더 명확한 위기 신호는 없다. 호르무즈에서 대한민국이 보여줘야 할 것은 외교적 눈치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국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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