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안창호함 캐나다 파견 '막판 승부수'…TKMS는 컨퍼런스 후원으로 맞불, 6월 수주자 결정 전망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2일(현지시간)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며 총 20조원이 넘는 세기의 수주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사가 제출한 최종 제안서는 잠수함 성능과 인도 일정은 물론, 캐나다 경제·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 패키지의 규모와 구체성이 사실상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캐나다 일간지 캐내디언프레스는 한화오션 어성철 사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화오션이 2032년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하고 2035년까지 4척을 인도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확정 가격 추정(firm price estimate)' 조건을 제안서에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어 사장은 "한화의 제안은 단순한 플랫폼 제안이 아니다. 이는 위험이 제거된 인도 계획과 세대를 잇는 산업 파트너십을 결합한 것으로, 캐나다 국방 산업 전략과 완전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AI·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며,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2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안서에 담겼다.
어 사장은 "캐나다와의 산업적 약속은 잠수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지상 방위 프로그램, 전자·AI 기술, 북극 관련 역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이미 역량 있는 캐나다 기업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했으며 계약 결과와 관계없이 이러한 파트너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의 2035년 4척 인도 계획은 경쟁사인 TKMS보다 납기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독일 TKMS는 2032년까지 1척을 인도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공개 제시하는 데 그쳤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 체결 시 2035년 이전에 KSS-Ⅲ 잠수함 4척을 인도해 캐나다의 노후 빅토리아급 전체를 조기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유지보수 및 지원 비용 약 1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8척은 연 1척 속도로 인도해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협력 측면에서도 공세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의 알고마 스틸에 최대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해 신규 구조용 철강 빔 공장 개발을 지원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또한 뉴펀들랜드·래브라도 LNG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퍼미즈 에너지와도 전략적 MOU를 체결하며, CPSP와 연계된 캐나다 산업 생태계 편입을 LNG 분야로까지 확장했다.
한국 정부도 범부처 차원의 지원 의지를 공식화했다.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개최된 서명식에서 이용철 장관은 CPSP가 잠수함 성능을 넘어 정부 차원의 신뢰와 이행 능력을 담은 포괄적 산업 협력 패키지임을 강조하며, 청와대와 관계 부처가 계속 긴밀히 조율해 이행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TKMS "자동차 투자 연계는 무리한 요구"…광고 전략도 충돌
TKMS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CEO는 캐나다 측이 경제적 이익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이러한 요구는 미국의 행동 때문"이라며 "입찰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또 한국·독일 자동차 기업의 캐나다 현지 제조 투자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자동차 생산이 없다면 캐나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며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홍보 전략도 두 회사의 성격 차이를 드러냈다. 한화오션이 오타와 도심 버스 정류장 광고판을 비롯해 대규모 디지털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며 일반 대중을 향한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부르크하르트 CEO는 오타와 공항에서 한화 광고를 목격했다며 "거기 내리는 사람들이 잠수함을 사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TKMS는 캐나다 국방협회연구소(Conference of Defence Associations Institute) 연례 컨퍼런스의 주요 후원사로 나서며 전문가·정책 입안자 네트워크 공략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주전은 문서 경쟁을 넘어 실물 외교 단계로도 진입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해군은 이달 중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과 수상함 1척을 캐나다로 파견할 계획이다. 6월로 예정된 한·캐나다 해군 간 첫 연합 해상훈련 참가가 공식 명목이지만, 업계에서는 캐나다 수주전의 '막판 승부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보고-Ⅲ Batch-Ⅰ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은 2021년 해군에 인도된 이후 실전 운용 검증을 마친 최신 잠수함이다. 캐나다에 제안한 KSS-Ⅲ Batch-Ⅱ 모델이 아직 개발 완료 전인 독일 타입 212CD와 달리, 실제 운용 중인 선행 함정을 현지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캐나다 정부는 4월 6일까지 양 입찰자에게 제출 내용에 대한 추가 질의 권한을 유보하고 있으며, 이후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제안서를 분석할 예정이다. 방위 조달 담당 국무장관 스티븐 퓨어는 올해 안에 수주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TKMS 부르크하르트 CEO도 연중반 결정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매우 야심찬 일정"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방산 수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는 이번 수주전의 최종 향방이 전 세계 해양 방산업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