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추진 중인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이른바 ‘한국 6척·독일 6척’ 분할발주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선을 그었다. 정부는 캐나다 측으로부터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이 다시 한국과 독일 간 정면 승부 구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사업을 한국과 독일에 각각 6척씩 나눠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 직접 질문했으며, 현재는 그런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확보하는 대형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30년대 중반 기존 전력의 퇴역이 예정된 만큼 캐나다 입장에서는 단순한 함정 도입을 넘어 장기적인 수중 전력 재편과 산업기반 전략이 맞물린 핵심 방산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현재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TKMS가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최종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올해 6월 중 우선협상 대상 윤곽이 가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발언은 최근 일부 현지 언론이 캐나다 정부가 한국과 독일에 각각 6척씩 발주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가 공식 석상에서 분할발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향후 수주전의 초점은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산업 협력과 전략 패키지 제안의 완성도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김 장관은 캐나다 측이 잠수함 자체 제안뿐 아니라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 협력 조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 협력 방안을 같이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캐나다 정부로부터 한국의 방안에 대해 비교적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 요구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그런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있는 상황”이라고 답해, 이번 사업이 전형적인 함정 획득 사업을 넘어 제조업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패키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방산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안도 캐나다의 평가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캐나다 정부에서 봤을 때 방산, 산업 등 패키지가 어떤 게 더 좋은지를 놓고 평가를 하고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잠수함 성능과 납기, 현지화 수준은 물론, 캐나다가 기대하는 산업 파급효과와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조선·방산업계는 이번 발언을 두고 한국 측에 일단 불확실성 하나가 걷힌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분할발주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낮아질 경우 한국 컨소시엄은 장보고-Ⅲ 계열 설계·건조 역량과 납기 대응력,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12척 일괄 사업’ 구도에서 보다 분명한 승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캐나다가 요구하는 현지 산업 투자와 연계 조건은 사업 수주의 또 다른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이제 ‘누가 더 나은 잠수함을 제시하느냐’에서 ‘누가 더 매력적인 국가 단위 협력 패키지를 내놓느냐’의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캐나다 측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들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수개월간은 한국형 잠수함의 기술 경쟁력과 함께 자동차·방산·제조업을 포괄하는 산업 협력 카드가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