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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를 대비하라③…북극항로의 기술적 도전, 준비된 선박만이 살아남는다
기고/ 북극항로를 대비하라③…북극항로의 기술적 도전, 준비된 선박만이 살아남는다
  • 해사신문
  • 승인 2025.06.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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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황호 선장/ 전국외국인근로자사회적협동조합 감사 및 전 해운선사 대표


'북극항로'는 앞으로 글로벌 해운산업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이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대통령선거의 주요 공약으로도 여야가 주목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선원들의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 선장 출신인 전문가로부터 이와 관련한 조언을 본지에서 8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경고이자 기회다. 북극의 해빙이 빠르게 녹아내리며 과거 꿈에 불과했던 북극항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로 주목받는 이 루트는 항해일수 단축, 연료 절감, 탄소배출 저감 등 여러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길은 단순한 '지름길'이 아니다. 기술적 준비 없이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냉혹한 환경이다.

쇄빙등급(Ice-Class), 항해의 자격

북극해를 항해하고자 하는 선박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쇄빙등급'이다. 이는 선박이 얼음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국제표준으로, PC1부터 PC7까지 분류된다. PC1은 연중 내내 극지항해가 가능한 최고 등급이며, 수치가 높아질수록 운항 가능 기간이 짧아진다. 러시아 항로를 이용할 경우, 자국의 빙해등급 체계를 따르게 된다. 선장은 자신이 항해할 항로의 해빙 조건과 선박의 Ice-Class를 반드시 대조해 항해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선체 보호와 추진계통의 보강

북극 항로에서는 얼음과의 충돌이 빈번하다. 일반 선박은 이러한 충격에 구조적 손상을 입기 쉽다. 따라서 Ice-Belt(선체 하부 보강구조) 적용, 이중 선체 구조 도입, 프로펠러 보호장치 설치 등 구조적 안전장치가 필수다. 특히 프로펠러가 손상될 경우 즉각적인 항해 중단은 물론 해빙 속에 고립될 수 있어, 세심한 점검이 요구된다.

또한 항해 전략도 다르다. 일반 해역에서의 속도 조절은 북극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선회나 가속은 빙판 충돌 위험을 키우므로, 선장은 ‘저속 지속 항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결빙과의 싸움, 장비 유지의 중요성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온도는 선박 장비에 치명적이다. 특히 갑판 배관이 얼 경우 화재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워터 스프링클러, 방수 밸브, 소화라인 등은 반드시 보온 조치를 갖춰야 하며, 열선이나 스팀 코일 등을 활용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항해 중에도 매일 선원이 온도 변화에 따른 배관 결빙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연료 동결 또한 큰 위험요소다. 북극 해역의 극저온에서 벙커유가 얼면 엔진 정지로 직결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온에서도 안정적인 연료를 사전에 확보하고, 연료 예열기와 탱크 보온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기상과 빙정보, 새로운 항법의 기준

북극해 항해는 단순히 기상 정보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빙정보 분석이 필수다. Ice Radar, 위성 해빙 영상, 북극해항로국(NSRA)의 실시간 정보 등을 통해 항로 선택을 해야 한다. 항해사는 해빙의 농도, 움직임, 두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유연하게 항로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쇄빙선이나 인근 선박과의 정보 공유 또한 핵심이다. 개별 운항이 아닌 '정보 네트워크 속 항해'가 북극에서는 생존 전략이다.

사람도 기술이다: 인적 요소의 중요성

기계와 장비의 철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선박은 사람이 운항한다. 극지 항해를 경험한 선장으로서 나는 말하고 싶다. 이곳은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터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며, 비상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적절한 방한복, 안전 장비, 생존 키트는 물론이고, 승무원 전체가 빙해 항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북극해는 사고 발생 시 외부 구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력 대처 능력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북극의 문을 열었고, 해운업계는 이제 그 문턱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이 길은 준비된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이다. 선박의 구조적 안전성, 추진 시스템의 냉각방지, 정보 기반의 항로 계획, 선원의 생존역량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로 맞물려야 북극항로의 문이 열릴 것이다.

북극해는 단순한 지리적 도전이 아니다. 이는 기술과 인내,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해양의 에베레스트’다. 새로운 시대의 해양인은 이 도전 앞에 겸손함과 책임감을 지녀야 하며, 우리가 지닌 기술과 경험을 총동원해 안전한 항로를 열어나가야 한다. 북극항로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기회를 지나칠 수밖에 없다.


<신황호 선장은 1957년 생으로 국립목포해양대학교(옛 목포해양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최근까지 유조선 선장으로 승선했다. 해운선사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전국외국인근로자사회적협동조합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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