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협력업체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성명…중대재해법 위반·위험의 외주화 강력 비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지난 18일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소속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생산 제일주의가 부른 명백한 기업 살인"이라며 HD현대중공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중대재해 발생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자본의 생산 최우선 경영과 안전 불감증이 참혹한 중대재해를 반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40분께 울산조선소 8도크 건조3부 3481호선 블록에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000년생 협력업체 노동자는 곤돌라에 탑승해 선체 사상 작업을 하던 중 곤돌라 본체와 족장(비계)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노조는 사고 원인으로 작업 현장의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이행을 지적했다.
노조는 "곤돌라에는 과상승 방지장치(Limit Sensor)가 설치돼 있지만 사고 당시에는 곤돌라 이동 반경 안에 족장이 설치돼 있어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며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과상승 방지장치를 재조정하거나 작업 위치를 변경했어야 하지만 회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사업주의 방조와 탐욕이 빚어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고 이후 회사와 협력업체의 대응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표준작업지도서와 곤돌라 사용 허가서 등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했지만 해당 업체가 사무실을 폐쇄하고 노조의 출입을 막았다"며 "산업재해 은폐를 시도하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 회사가 사고 발생 때마다 안전시설 개선보다 노동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도 이번 사고의 구조적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긴급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주노동자들이 높은 노동강도와 미흡한 안전교육, 생산성 위주의 작업 압박에 노출돼 있었으며, 일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계약기간 중 퇴사하거나 사업장을 옮길 경우 본국 노동당국으로부터 약 300만원의 벌금을 부담해야 하는 계약 조건 때문에 사실상 이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한 작업을 떠맡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들어 조선소에서 중대성 사고가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4월 잠수함 공장 중대재해를 비롯해 블록 낙하사고, 블록 전도사고, 지게차 충돌사고, 트레일러 충돌사고 등 중대성 재해가 발생했고, 올해 산업재해도 약 38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원청에서 하청으로, 다시 이주노동자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마련되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사고 직후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