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관 노조 "법률상 역할 역전된 졸속 통폐합"…공공기능 훼손 우려
서천군 "19년 전 정부 약속 흔드는 처사"…충남도·정치권과 공동 대응
정부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법률상 기관 역할의 충돌과 공공서비스 축소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19년 전 정부와 지역사회 간 협약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에서 노동조합뿐 아니라 충남 서천군과 지역 정치권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전해노련, 의장 송명섭) 소속 국립해양생물자원관노동조합은 정부의 통합 방침이 현행 법률에 따른 해양생명자원 관리체계를 훼손하고 국가기관의 고유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는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부산 소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조가 제기한 핵심 쟁점은 두 기관의 법률상 역할과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행 '해양수산생명자원의 확보·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국가 해양생명자원의 확보·보존·관리를 총괄하는 책임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특정 분류군의 해양생명자원 표본을 보관하는 기탁등록보존기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이 같은 업무 관계를 고려할 때 국가 해양생명자원 관리의 총괄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개별 연구기관에 흡수시키는 것은 법률상 역할과 책임체계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의 설립 목적과 주요 기능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명자원의 확보·보존·관리와 함께 대국민 전시·교육, 해양생물 보호 등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자원관이 해양생물 구조와 보호 현장에서 수행해 온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강릉항에서 부상당한 남방큰돌고래 '안목이'의 구조 과정에서 자원관이 현장 구조와 이송·치료 체계에 참여했으며, 부산 북항 수로에 출몰한 상어 '부캉이'와 관련해서도 해양수산부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기관 통합으로 연구개발 중심의 운영체계가 강화될 경우 해양동물 구조, 생물자원 보존, 씨큐리움 전시·교육 등 수익성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공공서비스가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실제 통합 이후 기관의 기능과 조직이 어떻게 조정될지는 구체적인 통합 방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통합 논란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설립 배경과 맞물리면서 지역사회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2007년 정부와 서천군이 체결한 '서천발전 정부대안사업' 협약에 따라 건립된 기관이다.
당시 서천군은 장항국가산업단지의 갯벌매립을 전제로 한 개발계획 변경을 수용하는 대신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내륙 산업단지 조성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천군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가 합의한 국가균형발전 사업의 핵심 시설로 보고 있다.
서천군은 기관 통합으로 독립적인 연구·사업 기능과 의사결정 권한이 축소될 경우 서해권 해양바이오 클러스터 구축과 지역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승광 서천군수는 지난 9일 충남도와 지역 국회의원에게 통합 추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유 군수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정착시킨 국가기관의 기능을 다시 축소한다면 지역의 성장 기회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자원관의 독립성과 지역 발전 기반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노동조합도 통합 저지를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김진묵 노조위원장은 "국가 법률 체계를 뒤흔들고 현장 생태계 사령탑 역할을 짓밟는 졸속 통폐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정감사 규탄 집회를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연대해 전면 백지화 투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을 둘러싼 쟁점은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뿐 아니라 법률상 책임체계, 국가 해양생명자원 관리 기능, 지역균형발전 정책과도 연결돼 있다.
정부가 통합을 통해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효율화 효과와 함께 자원관의 법정 업무 및 공공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전해노련은 해양수산 공공기관의 노동환경 개선과 정책변화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 소속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 협의체로써 소속기관들은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및 인천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와 한국선급,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환경공단,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및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모두 14개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