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화 탈 쓴 중앙집권”…4대 항만공사 통합에 지역사회 총궐기
“효율화 탈 쓴 중앙집권”…4대 항만공사 통합에 지역사회 총궐기
  • 항만산업팀
  • 승인 2026.09.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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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기자회견
부산시의회 기자회견

 

전국 300여 시민단체, 4대 항만공사 통합 반대 ‘동시다발’ 기자회견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7일 오전 11시 일제히 개최…“지역 자율성 말살·항만 경쟁력 후퇴”
부산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로 묶는 것은 시대역행”…인천 “독자적 투자·발전전략 훼손”
“항만 간 협력과 법인 통합은 별개…정부, 객관적 비용·편익 근거부터 제시해야”
지역 정치권·항만업계·시민사회 공동 대응 예고…정부 통합안 후폭풍 전국 확산

정부의 4대 항만공사 통합 방침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지역 시민사회와 항만 관련 단체들은 7일 오전 11시 각 지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부산항만공사(BPA)·인천항만공사(IPA)·울산항만공사(UPA)·여수광양항만공사(YGPA) 통합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한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4개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약 300개 시민사회·항만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부산에서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 인천에서는 인천광역시청 기자실에서 각각 기자회견이 열린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지역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지역사회는 이를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이 아니라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전문성, 항만별 투자·개발 권한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중대한 항만 거버넌스 개편으로 보고 있다.

부산 “항만별 역할 다른데 왜 하나로 묶나”

부산지역 기자회견은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와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부산항발전협의회,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등을 비롯해 울산·여수광양·인천지역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내세운 통합 논리가 항만공사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항만별 기능과 산업구조의 차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와 환적 중심의 글로벌 허브항만, 인천항은 수도권 국제물류와 대중국 교역 중심항, 울산항은 에너지·액체화물 중심 항만,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산업항만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배후산업과 화물, 고객, 발전전략이 모두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 비대화와 의사결정 지연, 투자 우선순위 충돌, 지역 특화전략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특히 해외 주요 항만 사례를 들어 정부 통합 논리를 반박했다.

로테르담항만공사는 지역 항만개발과 운영, 산업단지, 국제경쟁력 강화를 전담하는 전문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일 함부르크항만청(HPA)도 항만 인프라와 철도, 선박교통, 항만개발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중국 상하이항 역시 상하이시 교통위원회가 행정·관리 기능을 맡고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이 실무 집행을 담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중앙조직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각 항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만 간 협력 필요하지만 법인 통합은 별개”

부산지역 기자회견문은 정부가 주장하는 ‘항만 간 연계 강화’와 ‘법인 통합’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공동 연구와 해외 홍보, 국제협력, 공동구매 등 필요한 기능은 4개 항만공사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조직과 인사, 예산, 정책·기획 기능까지 하나의 법인으로 합칠 경우 지역별 의사결정 권한이 약화되고 현장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는 “항만 경쟁력은 조직 규모가 아니라 속도와 전문성, 자율적인 현장 대응력에서 나온다”며 “항만공사를 다시 중앙집권화하는 것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국정 방향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인천 “IPA가 지역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인천에서도 같은 시각의 반발이 나온다.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이날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훼손하는 항만공사 통합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인천지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통합 이후 정책·기획과 주요 투자 의사결정 권한이 통합공사 본사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지역사회는 이 경우 IPA가 독자적으로 인천항의 미래전략과 투자사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중앙 본사의 지침을 수행하는 지역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항은 수도권의 관문항이자 대중국 교역, 국제여객,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다른 항만과 단순히 기능이 같다는 이유로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항 발전은 지역이 직접 만들어왔다”

인천지역 단체들은 IPA가 지난 20여년간 추진한 주요 개발사업도 통합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IPA는 2005년 설립 이후 아암물류단지 개발과 북항 개발, 배후단지 조성,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크루즈터미널, 국제여객터미널 등 인천항의 주요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재도 인천신항 1-2단계 스마트항만과 아암물류2단지 등 대규모 사업을 자체 투자계획과 재원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그동안 독립된 지역 항만공사가 있었기 때문에 수도권 물류환경과 대중국 교역, 지역 산업 수요를 반영한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정책과 기획, 투자 우선순위를 중앙의 한국항만공사가 결정하게 되면 “인천항의 미래를 인천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항만업계까지 반대 전선 확대

인천지역 통합 반대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항만산업계도 대거 참여한다.

인천항발전협의회를 비롯해 인천항만물류협회와 인천항운노동조합, 인천상공회의소, 한중카페리협회, 인천시물류창고협회, 인천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인천지부, 인천항만산업협회, 인천항도선사회, 인천복합운송협회 등 항만 관련 단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통합 명분 중 하나로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제시한 상황에서 실제 항만을 이용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선사·물류·도선·예선·노동계 등이 반대 전선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논쟁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비용절감 근거부터 공개하라”

부산과 인천지역 모두 정부의 효율화 논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개 항만공사에 공통업무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이를 공동화하거나 시스템 연계, 공동구매 방식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이 실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복기능 해소’만으로 물리적인 법인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통합을 계속 추진하려면 어떤 기능이 중복되는지, 현재 발생하는 중복비용이 얼마인지, 통합 후 절감 가능한 비용은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조직개편과 인사·보수체계 통합, 정보시스템 개편 등에 들어가는 전환비용까지 포함한 비용·편익 분석도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 항만경쟁력 지키겠다”…전국 공동대응 본격화

이번 동시 기자회견을 계기로 항만공사 통합 반대 움직임은 개별 지역을 넘어 전국 공동대응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시민사회는 정부에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 항만·물류업계까지 연대 범위를 확대해 정부의 통합 로드맵과 향후 국회의 항만공사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사회는 “항만공사 통합은 단순히 공공기관 숫자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항만 경쟁력과 지역경제, 지방분권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통합이 강행되지 않도록 끝까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3일 통합 방침을 공식화한 지 불과 나흘 만에 4개 항만지역에서 동시에 대규모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항만공사 통합을 둘러싼 갈등은 노동계에서 시민사회와 항만업계, 지역 정치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향후 논쟁의 핵심은 결국 ‘항만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된 항만공사 법인까지 없애야 하는가’, 그리고 ‘통합이 실제 국제 항만경쟁력을 높인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로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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