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주주 이전 의지 재확인, 육상노조 "배임 고소·가처분 신청" 법적 투쟁 예고…매각도 후순위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정(勞政) 갈등이 법적 충돌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정부와 대주주가 이전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가운데 육상노동조합이 배임 고소와 가처분 신청, 총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하면서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갈등의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육상노조)는 3일 입장문을 내고 "기업의 내실보다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본사 이전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법적 조치와 총파업 결의를 공식 예고했다.
노조는 대주주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호적인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해 이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마친 뒤, 4월 이사회에서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5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사 간 실질적 합의 없이 정관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이사들에 대해 배임죄 고소를 진행하고, 주총 특별 의결에 대해서는 효력정지가처분 또는 이전금지가처분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외 투쟁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노조는 이달 11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HMM 사옥 앞 출근 선전 집회를 시작으로, 26일 기자회견, 다음달 2일 청와대 사랑채 앞 조합원 총회 및 총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노조는 "정부의 HMM 이전 계획은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생활권을 위협하는 강제 이전이자 정치적 폭력"이라며 "해양수산부는 특정 정치인을 위한 행보를 멈추고 이전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대주주는 이전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하겠다"고 재확인했으며,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도 직접 이전 일정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황종우 한국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장은 3일 부산 부산항만공사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하면서 "HMM 본사 이전은 부울경을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권으로 육성하는 일과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관이 함께 면밀히 협력하는 해양수산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고, 그 큰 틀 안에서 이전이 협의·추진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노조와 충분히 논의하고 서로 이해·공감하는 가운데 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HMM 부산 이전이 가장 선결 과제"라며 "정부가 이전을 추진하는 만큼 당장 매각을 검토하기보다 이전 완료 이후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도 이전 필요성을 지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MM의 주주 구성은 산업은행 35.42%, 한국해양진흥공사 35.08%, 국민연금 5.62%로, 두 대주주 합산 지분만으로도 특별 의결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이전 안건의 표결 통과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이전 논란에 묻히는 형국이지만 HMM 매각 작업도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보유 지분 약 70%를 일괄 매각할 경우 인수 비용은 13조원 안팎에 달하고, 해양진흥공사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약 6조원 규모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예비 검토 이후 추가 진전은 없다"고 공식화했으며, 동원그룹도 자금 여력 부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박 회장이 "과도한 차입을 동반하는 무리한 매각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매각 조건을 둘러싼 눈높이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 이전 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매각 논의가 본격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에 따른 운임 변동성 확대와 비용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군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란 사태로 인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운업 전반의 수익성 전망을 안개 속으로 밀어 넣고 있어, 새 주인을 찾는 작업에 추가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본사 이전 안건이 직접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사외이사 3인 선임이 이뤄질 경우 4월 이사회와 5월 임시 주총으로 이어지는 이전 확정 절차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 시나리오에 맞서 법적·물리적 투쟁을 동시에 전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정 간 정면 충돌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황 장관 후보자가 "노조와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유화적 발언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이전 계획 자체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정책 목표와 서울 근무 직원들의 생활권 보호라는 노동권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갈지가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