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총력 대응…총 30여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해운업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총력 대응…총 30여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 해운산업팀
  • 승인 2026.03.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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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봉쇄 위기가 현실화되자 한국 해운업계와 에너지 당국은 일제히 비상 대응 체계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중동 원유 의존도가 69.1%에 달하고 그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해운 공급망 전반을 뒤흔드는 복합 위기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태는 2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공식 예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그간 우려로만 머물던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자 정부와 해운업계는 한층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30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유조선과 벌크선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이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루트인 만큼, 혁명수비대의 공격 예고는 우리 해운업계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김성범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소집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운항 중인 우리 선박의 안전 관리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당시 오전 10시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해 페르시아만, 오만만 등 인근 해역에는 우리 선박 37척이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해수부는 즉각 해당 선사에 운항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혁명수비대의 공격 예고 이후 해수부와 한국해운협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해협 내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계류하도록 조치하고, 인근 선박의 해협 진입을 전면 금지했다. 해수부 종합상황실 및 청해부대와 선박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대체 항만 기항 시 선원 지원을 위해 현지 대사관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김성범 직무대행은 "우리 선원과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원과 선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해운업계도 즉각적인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1척을 두바이항에 긴급 정박시켰다. 아직 항로 전체를 우회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지만, 위험 구간 인근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해협 내 항만 대신 대체 항만에 화물을 하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최대 벌크선 운용사인 팬오션도 공식적인 우회나 운항 중단은 취하지 않고 있으나,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팬오션은 두바이 사무소 주재원의 안전 여부를 확인했으며, 재택근무·출입통제·일정 조정 등으로 탄력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운협회는 HMM, 팬오션 등 회원사 전체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및 선원 안전조치 준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사전 안전교육과 비상 대응 훈련 실시, 선박별 보안계획 수립·시행, 전쟁보험 가입 상태와 특약 조건 재점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리스, 독일, 일본의 주요 선사들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 운항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국내 선사들도 상황 추이에 따라 전면 우회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파급 효과는 원유 수송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LNG 수출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물량 대부분이 이 해협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으며, LNG 운반선 최소 11척이 항해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카타르는 지난해 LNG 생산 물량의 80% 이상을 아시아 국가에 공급했으며, 최대 구매국은 중국과 인도였다. 우리나라 역시 LNG 도입량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장기 차질 시 에너지 수급 불안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가스 시장에 초래한 혼란에 비견되는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윤진식 회장 주재로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의 물류 리스크와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무협은 오만의 살랄라·두쿰 항만을 경유한 우회 경로 활용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전면전 확산 국면에서는 육로와 영공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우회 루트 이용 시 해상운임은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하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었다. 무협은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 수출화주에 대한 우회 운송 경로 정보 제공과 물류비 바우처 긴급 항목 편성 요청, 중소기업 전용 선복 확보 등의 지원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2023년 홍해 사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홍해 사태 당시에는 컨테이너 물류가 주된 타격을 받았고 국내 선사들이 희망봉 우회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원유·LNG 에너지 수송의 핵심 루트를 직접 차단하는 것으로, 파급 범위와 강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선박 공격 예고로 위기가 한 단계 고조된 지금, 해운업계는 전쟁위험 보험료 급등과 항로 재편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운항 효율 저하와 물류비 상승이 고스란히 화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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