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으로 임기택(70) 국제해사기구(IMO) 전 사무총장과 황종우(59) 한국해양재단 이사가 유력 후보로 압축됐다. 청와대는 두 달 넘게 공석인 해수부 장관 자리에 두 후보를 놓고 최종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두 인사 모두 부산·경남에 연고를 둔 해양 정책 전문가로,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 부산' 비전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인선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최초 IMO 사무총장 출신과 해수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 맞붙으면서, 해양산업계는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전 장관의 사퇴로 공석이 된 해수부 장관 자리에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과 황종우 한국해양재단 이사 두 명을 후보로 압축하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장관은 전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퇴한 이후 73일째 공석 상태다.
부산 해양수도화 전략, 북극항로 정책, 항만 경쟁력 강화 등 핵심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 공백이 이어지면서 정책 추진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 등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는 해양수도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를 고민 중이며 조만간 최종 후보자를 낙점할 방침이다.
임기택, 한국인 최초 IMO 수장…'세계 해양 대통령'
경남 마산 출생인 임기택 전 사무총장은 국립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해군 장교와 외항선 선원을 거쳐 1984년 선박기술 사무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해양·항만 분야 한 길을 걸으며 해수부 해양안전과장, 해운정책과장, 홍보관리관, 해사안전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제4대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부산항 발전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직에 한국인 최초로 취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이어 주요 유엔기구의 세 번째 한국인 수장이 된 것이다.
IMO는 170여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해상 안전, 선박 오염 방지, 국제 해운 규범 제정을 담당한다. 임 전 사무총장은 한 차례 연임해 2023년까지 7년간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선박 환경규제 강화 등 글로벌 해운 정책을 주도했다.
퇴임 후에는 국립한국해양대 석좌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부산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 및 부산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행보에도 나섰다.
황종우, 해수부 핵심 요직 두루 거친 전문 관료
부산 출신인 황종우 한국해양재단 이사(59)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주로 해양·항만 정책을 담당하며 해수부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해수부 항만물류기획과장, 해양정책과장, 수산정책과장, 장관비서관, 대변인, 해사안전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해양수산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다. 특히 '글쟁이'로 통하며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탁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파견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며 해수부의 예산·조직·정책 기획을 총괄했다. 현재는 한국해양재단 이사 및 한국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부산·경남 연고와 해양 정책 전문성이다. 이는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를 부각하며 '해양수도 부산' 비전 실현 의지를 강조하고, 부산·경남(PK)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적 인선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3일 장관 부재 상태에서 열린 해수부 부산 임시청사 개청식을 직접 찾아 PK 공략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당시 부산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후임 장관도 가급적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임자인 전재수 전 장관도 부산 출신으로, 이번 인선이 확정되면 연속으로 부산·경남 출신이 해수부 수장을 맡게 된다. 이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해양 행정의 중심이 실질적으로 부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가 될 전망이다.
해양산업계에서는 두 후보 모두 해양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임 전 사무총장은 IMO에서의 국제 경험과 리더십이, 황 이사는 해수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강점"이라며 "누가 선택되든 전문성 기반의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 공백으로 인한 정책 추진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부산 이전, 북극항로 개척, 항만 경쟁력 강화 등 핵심 현안들이 장관 부재로 표류하고 있다"며 "조속한 인선을 통해 정책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 정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글로벌 해운 경기 변동, IMO 환경규제 강화, 항만 경쟁력 약화 등 대형 리스크가 공존하는 시점"이라며 "정책 공백이 길어지면 한국 해양산업의 경쟁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 지역에서는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과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해수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청와대의 검증 대상은 임기택·황종우 두 인사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해수부의 조직 안정과 부산 이전 마무리, 북극항로 개척 작업 등을 고려해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