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현지 산업 생태계 통째’로 들어가는 방식의 패키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1월 26일(캐나다 현지시간) 토론토에서 철강·AI·위성통신·우주·전자광학(EO/IR) 분야 캐나다 기업 5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캐나다 정부가 입찰에서 중시하는 절충교역(ITB)과 ‘Buy Canadian’ 기조에 맞춘 현지 참여 모델을 구체화했다.
이번 MOU 체결은 정부 특사단이 동행한 가운데 ‘한국-캐나다 산업협력 포럼’과 연계해 진행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사청장 등이 참석해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전략 수출 프로젝트’ 성격을 부각시킨 것도 특징이다.
해운·조선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선박(잠수함) 자체”보다도, 캐나다 측이 요구하는 현지 공급망·정비(MRO)·첨단기술 이전을 한 번에 충족시키려는 구조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 스틸(Algoma Steel)과 협력해 현지 철강 생산설비 및 잠수함 건조·정비 인프라에 들어갈 강재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내놨고, 현지 보도에서는 투자 규모가 약 미화 2억5100만 달러 수준으로 거론됐다.
기술 축에서도 ‘조선+방산’ 결합을 강화했다.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은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Cohere)와 손잡고 설계–제조–생산계획 등 조선 공정과 잠수함 운용·체계통합에 적용 가능한 AI 협력을 추진하고, 한화시스템은 텔레셋(Telesat)·MDA 스페이스(MDA Space)·PV Labs와 각각 저궤도(LEO) 위성통신, 우주/위성 플랫폼, EO/IR 센서 분야 협력을 묶어 ‘잠수함 작전 연계’까지 확장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시장 관점에서 이번 행보는 캐나다의 Patrol Submarine Project(CPSP)가 ‘단순 함정 발주’가 아니라 장기간 운용·유지·정비를 포함한 국가 산업 프로젝트라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캐나다 사업 대응을 위해 현지 방산·해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인사 영입 및 조직 정비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 측 산업협력안이 캐나다 내에서 만들어낼 경제효과에 대한 외부 추정치도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캐나다 정치권·현지 매체에서는 KPMG 분석을 인용해, 한화 연계 산업협력이 2026~2040년 동안 약 20만 job-years(연인원 기준)에 달하는 고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해운업계 입장에선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한국 조선산업의 수출 경쟁이 “선가·납기”에서 “현지화·MRO·기술동맹”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특히 ITB를 핵심 조건으로 내건 국가 사업에서는, 조선소의 건조 역량만으로는 부족하고 철강·AI·위성통신 같은 연관 산업을 패키지로 엮어 장기 공급망과 운영 생태계까지 설계해야 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