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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를 대비하라⑦…북극항로의 함정: 보험은 문서지만, 생존은 선장의 책임이다
기고/ 북극항로를 대비하라⑦…북극항로의 함정: 보험은 문서지만, 생존은 선장의 책임이다
  • 해사신문
  • 승인 2025.07.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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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황호 선장/ 전국외국인근로자사회적협동조합 감사 및 전 해운선사 대표


'북극항로'는 앞으로 글로벌 해운산업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이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대통령선거의 주요 공약으로도 여야가 주목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선원들의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 선장 출신인 전문가로부터 이와 관련한 조언을 본지에서 8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북극항로가 전 세계 해운업계의 새로운 ‘황금 루트’로 주목받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최대 40% 가까이 단축된 거리는 연료비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경제적 이점을 내세우며 많은 선사들이 이 항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혹적인 숫자 뒤에는 ‘해상보험’과 ‘리스크 관리’라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선장에게는 이 항로가 단순한 운항 선택이 아닌, 생존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북극해, 보험의 사각지대

많은 선박들이 북극항로에 진입하면서 가장 흔히 겪는 착오 중 하나는 ‘보험 보장 구간’에 대한 오해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북극해를 “통상적 항로 외 지역”으로 간주하며, 별도 특약 없이는 사고 발생 시 보장을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한 국적선사의 선장은 보험증서만 믿고 항해에 나섰다가, 뒷면 약관의 ‘보장 제외 구역’에 북극해가 명시돼 있음을 뒤늦게 확인하는 일이 있었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P&I 클럽 역시 빙해 항해 전 사전 통보, 리스크 평가서 제출, Ice-Class 등급 확인 등을 요구하며, 이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보상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건이다. 선장은 항해 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보험사 및 P&I와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 보장 범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북극 특수 리스크, 일반 보장 밖의 영역

북극해는 그 자체로 ‘특수 위험 해역’이다. 유빙과의 충돌, 설비의 동결, 통신 장애, 고립 위험 등은 전통적인 해역에서 흔치 않은 리스크들이다. 특히 Ice-Class 미충족 선박이 유빙과 충돌할 경우, 보험사 측은 이를 “고의적 위험 수용”으로 해석하고 보상을 거부할 수 있다.

설비 결빙으로 인한 피해도 마찬가지다. 보일러, 밸러스트 펌프, 조타기 결빙은 대부분 유지관리 소홀로 분류되며, 보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잦다. 이에 따라 선장은 선내 모든 장비의 결빙 방지 조치 이행 기록, 작동 점검 로그, 선원의 장비운용 교육 이수 내역 등을 상세히 문서화해야 한다.

구조 요청, 생존과 비용의 이중 리스크

북극에서의 사고는 구조 요청 자체가 ‘거대한 비용 청구서’가 될 수 있다. 러시아 북방항로에서는 쇄빙선 구조에 시간당 수천 달러의 요금이 부과되고, 항공 의료지원은 수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구조비용이 보험에서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비용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항해 전 구조계획 보고, 사전 P&I 협의, 비상 시 대응 절차 매뉴얼화 등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누락할 경우 구조는 되었지만 비용은 전액 선주 부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문서화에서 시작된다

북극항로를 자주 운항한 베테랑 선장들의 공통된 조언은 단 하나다.△매일 해빙 상태 사진 촬영 △기상 변화와 해빙 이동에 따른 항로 변경 기록 △결빙 방지 장비 점검 결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문서화 등  “모든 상황을 기록하라.” 

이러한 증거들은 사고 후 보험금 청구나 법적 분쟁에서 선장의 판단과 대응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또한 구조 요청 전 P&I 클럽의 긴급연락체계(Emergency Desk)와 사전 협의하는 절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험은 계약이고, 리스크 관리는 책임이다

북극항로는 새로운 해상 물류의 기회인 동시에, 인간의 책임이 극대화되는 공간이다. 보험은 사고 이후의 보장일 뿐, 사고 자체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결국 선장의 냉철한 판단, 철저한 준비, 상황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만이 생존을 결정짓는다.

“보험은 문서지만, 리스크 관리는 사람의 책임이다.” 이 말은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모든 선장들이 기억해야 할 생존의 철칙이다.

북극해에서 가장 강력한 보험은 종이 위의 약관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선장의 사명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할 때, 북극항로는 위험한 도전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의 길이 될 것이다.


<신황호 선장은 1957년 생으로 국립목포해양대학교(옛 목포해양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최근까지 유조선 선장으로 승선했다. 해운선사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전국외국인근로자사회적협동조합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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