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항만'…'대량실직' vs '4차산업'
'사람 없는 항만'…'대량실직' vs '4차산업'
  • 부산취재팀
  • 승인 2018.03.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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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상반된 입장 견지

무분별한 해외사례 경계하고, 국내 상황 살펴야
지난 3월 5일 항만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을 지적한 부산항운노조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지난 3월 5일 항만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을 지적한 부산항운노조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항만의 자동화로 인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 등 사회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28일 부산 영도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자동화 항만 구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6층 대강당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는 국내 항만이 혁신성장 및 미래 글로벌 시장 주도 관점에서의 자동화 항만의 구축 필요성과 항만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정부는 현재 부산항 신항에 건설되는 신규 터미널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신항을 방문해 부산항 미래비전을 선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항만근로자들로 구성된 항운노조는 자동화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자동화 도입은 시기상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만자동화가 필요한 것고 사실이고, 자동화에만 역점을 두고 그동안 항만을 기반으로 생존권을 유지하고 있는 항만근로자들을 도외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항만자동화로 항만근로자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항운노조 연구용역을 수행한 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 원장은 이날 '무인 자동화를 바라보는 항만노동자'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동화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임 원장은 자동화로 인한 경제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어서 자동화를 추진하면 이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선사들이 비용 문제로 주말에 신항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임 원장의 설명이다.

임 원장은 자동화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하역근로자의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우리 여건에 맞는 자동화 추진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이달 5일 열린 '항만 4차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터미널의 항만인력대응방안' 용역보고회에서도 신항이 무인화될 경우에 현장 근로자 2200여명 중에서 88% 이상이 실직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항만의 자동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제대로 된 기술력과 실익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하지 않고 자동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항만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항 신항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것 자체가 자동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 대비해 필수적이고, 대량실직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 항만의 자동화는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글로벌 자동화 터미널 실태와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서, 국내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 항만의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이날 해외 선진 항만의 자동화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항만의 자동화가 국내 항만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 실장은 최근 선박의 무인화 이전 단계인 자율운항선박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만도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자동화와 4차산업으로 인한 항만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실장은 항만의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한 우려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임 원장이 88% 가량이 실직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45% 가량의 인력을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최 실장이 설명이다. 또한, 자동화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최 실장의 주장이다.

항만의 자동화를 찬성하는 항만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항만의 자동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도 이에 대비해 나가야만 한다"면서, "하지만, 막대한 초기비용에 대한 분담과 일자리 대책에 대한 논의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찬반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항운노조측에서는 무인자동화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항만에서의 집단행동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운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크다.

신항에 밀린 북항과 현재 건설된 신항의 운영사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새로 건설되는 부두의 자동화로 인한 자사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입장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도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공동대표는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부산항을 운영관리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는 정부와 근로자들의 입장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날 항만공사 관계자 역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도 최근 전문지 기자들과 만나 "자동화 시기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하에 실시되어, 정부측 입장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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