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해저케이블 끊은 피트부르크호 선장 징역 3년6개월
발트해 해저케이블 끊은 피트부르크호 선장 징역 3년6개월
  • 해운산업팀
  • 승인 2026.11.06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핀란드 법원 “닻 끌리는 사실 알고도 130km 항해”…통신케이블 2개 손상
전력케이블·가스관 등 추가 피해 위험…발트해 ‘해저 인프라 안보’ 경계 고조

발트해에서 닻을 끌며 항해해 해저 통신케이블을 손상한 화물선 피트부르크(Fitburg)호의 러시아 국적 선장에게 핀란드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헬싱키 지방법원은 5일 피트부르크호 선장 안드레이 막시멘코(Andrei Maksimenko)에게 중대 사보타주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아제르바이잔 국적 갑판장 부살 마지도프(Vusal Majidov)에게 징역 2년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두 사람은 판결 직후 즉시 구금됐다.

법원은 피트부르크호가 지난해 12월 31일 핀란드만에서 약 130km에 걸쳐 닻 체인과 닻 일부를 해저에 끌며 항해했고, 이 과정에서 해저 통신케이블 2개를 실제로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피해 케이블 가운데 하나는 핀란드 통신사 엘리사(Elisa)가 운영하는 헬싱키~탈린 구간 통신망이었으며, 또 다른 통신케이블도 함께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트부르크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출항해 이스라엘 하이파로 향하던 중이었다.

핀란드 법원은 선장과 갑판장이 항해 당시 닻이 내려가 해저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 피트부르크호의 닻 고정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출항 당시 닻은 정상적으로 고정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누군가 러시아 영해를 벗어나기 전에 닻을 내렸고, 이후 선박이 장시간 계속 항해했다고 봤다.

특히 닻이 해저를 끌면서 피트부르크호는 통신·전력케이블 9개와 가스관 1개를 가로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통신케이블 2개가 실제 손상됐으며 나머지 해저 인프라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실제 피해가 두 개 케이블에 그친 것은 결과적으로 우연에 가까웠다고 봤다.

핀란드 당국이 처음 피트부르크호를 확인했을 당시에도 닻 체인이 바다에 늘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트부르크호는 길이 약 132m의 일반화물선으로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선적이다. 핀란드 당국은 지난해 12월 31일 핀란드만에서 선박을 장악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선박에는 러시아와 조지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국적 등 14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다. 이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수사당국이 공동수사팀을 구성해 고의성 여부와 승조원들의 역할을 조사했다.

선장과 갑판장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막시멘코 선장은 자신의 선박이 닻을 끌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두 사람은 사건이 핀란드 영해 밖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핀란드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법원은 행위가 고의적이었고 그 결과가 핀란드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관할권을 인정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케이블 수리와 조사비용 등 약 190만유로의 손해배상도 공동으로 명령했으며, 선장에게는 별도로 약 8만5000유로를 추가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선장 측은 항소할 계획이며 갑판장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최근 발트해에서 잇따르는 해저 인프라 훼손 사건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24년 크리스마스에는 유조선 이글S(Eagle S)가 핀란드만 해저에서 닻을 끌며 여러 케이블을 손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헬싱키 지방법원은 당초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어 사건을 다시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발트해에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통신케이블과 전력망, 가스관 등 핵심 해저 인프라가 잇따라 손상되면서 NATO 회원국들의 경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다만 피트부르크호 사건과 관련해 핀란드 수사당국이나 법원은 러시아 정부가 사건을 지시했다거나 국가 차원의 공작이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도 당국은 국가 개입 여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현재까지는 선장과 갑판장의 고의적인 선박 운항에 따른 중대 사보타주 사건으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발트해를 운항하는 선박의 항해책임뿐 아니라 해저 통신·에너지 인프라 보호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저 케이블과 가스관이 다수 밀집한 발트해에서는 닻 투하와 항로 이탈 등 선박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한 연안국의 감시와 선박 통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