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하청 노동자 사망 조선소는 'HD현대삼호'…고용부 불시점검도 효과없어, 노동계 강력 규탄
20대 하청 노동자 사망 조선소는 'HD현대삼호'…고용부 불시점검도 효과없어, 노동계 강력 규탄
  • 조선산업팀
  • 승인 2026.11.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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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 대불산단 불시점검 당일 참변…밀폐공간 유해가스 관리 실효성 논란
민주노총, 원청 책임 규명·대불산단 조선업 전반 특별근로감독 촉구

HD현대삼호 야드
HD현대삼호 야드

 

HD현대삼호에서 20대 하청 노동자가 선박 내부 작업 중 숨지면서 조선업 현장의 반복적인 중대재해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특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대불산단 조선업 사업장을 불시 점검한 당일 저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현장점검이 실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관리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다한산업 소속 20대 용접 노동자 A씨가 선박 화물탱크 내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작업 중 어지러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료에게 발견돼 조선소 자체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의 현장 감식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공간에서 용접 작업에 사용되는 이산화탄소가 높은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작업 당시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 환기시설 작동 여부, 가스 측정 및 작업자 배치 등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밀폐공간 작업의 안전관리다. 선박의 화물탱크와 같은 밀폐공간은 산소 결핍이나 유해가스 축적에 따른 질식·중독 위험이 상존한다.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충분한 환기, 감시인 배치, 비상구조 체계 확보 등이 필수적이다. 작업자가 이상 증상을 호소했을 때 즉각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는 대응체계가 작동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사고 당일 오전에는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대불산단 조선업 사업장을 찾아 불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과정에서 안전난간과 작업발판 미설치, 안전통로 미확보, 용접기 배선 절연피복 손상, 고소작업 지휘자·유도자 미배치 등 여러 위험요인이 확인돼 현장 개선 지시가 내려졌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인근 조선소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점검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위험 작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시정하는 점검이 실제 작업 현장의 안전 확보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점검 횟수나 형식만으로는 중대재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불산단의 중대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 지역 조선업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로 노동자 11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4명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올해 2월에는 조선소에서 선박 블록이 넘어져 3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6월에는 조선기자재 업체에서 몽골 국적 노동자가 약 700㎏ 규모의 배관에 부딪혀 숨졌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조선업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HD현대삼호와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다단계 하청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무리한 작업 일정, 형식적인 안전관리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사고 당시 밀폐공간의 산소·유해가스 농도와 환기시설 작동 여부, 안전관리·감독 체계 및 사고 대응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요구한 대불산단과 인접 조선소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했다.

원청인 HD현대삼호의 안전관리 책임도 쟁점이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원청 사업장 내 위험한 작업환경과 공정 간 작업 조정, 밀폐공간 관리 및 비상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하청업체에 안전관리 업무를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작업 지시와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에 대불산단과 인접 조선소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고, HD현대삼호중공업에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과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는 조선업의 생산 확대와 공정 효율화 못지않게 작업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산업 경쟁력의 기본 조건임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용접과 도장, 탱크 내부 작업 등 고위험 공정은 작업 전 안전 확인부터 작업 중 감시, 사고 발생 시 구조까지 일련의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정부의 불시점검이 사고 당일에도 중대재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장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일회성 점검이나 사후 개선 지시를 넘어 밀폐공간 작업의 상시 관리,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작업중지권 보장, 원청의 위험성 평가 및 관리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확인에 그치지 않고, 위험한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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