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호르무즈 인근으로 작전 확대…‘상선 보호’인가 ‘우회 파병’인가
청해부대 호르무즈 인근으로 작전 확대…‘상선 보호’인가 ‘우회 파병’인가
  • 해운산업팀
  • 승인 2026.11.0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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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남방까지 임무 구역 두 배 확대…해상초계기·EOD·무인 소해장비 추가 투입
정부 “전쟁 관여 아닌 항행의 자유 지원”…반대 진영 “대이란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

충무공이순신함
충무공이순신함

 

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상선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 남방 해역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 소해장비까지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안정화 작전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5일 청해부대 임무 구역 확대와 추가 전력 파견을 담은 파견 연장 수정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정안은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다음 주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청해부대 작전 구역을 기존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 남방 외해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약 600해리(약 1,100㎞)였던 작전 범위가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확대 구역은 오만 두큼항 남단까지이며, 두큼항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50해리(650㎞)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과 직접 연결되는 오만만은 작전 구역에서 제외된다. 국방부는 추가 투입되는 해상초계기의 작전 능력과 운용 여건 등을 고려해 오만 남방 외해로 활동 범위를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이란 등 주요국과도 소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전력의 성격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상선 호송 임무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부는 해상초계기 P-8 1대와 EOD, 무인수상정·무인잠수정 등 기뢰 탐색·제거 장비를 추가 투입하고 파견 인원도 75명 늘릴 계획이다. 임무에는 기존 상선 보호와 함께 국제 해상교통로 보호 및 항행의 자유 회복 지원이 추가된다. 국방부는 전쟁 여파로 해당 지역의 해적 활동이 전년보다 3배 증가했다는 점도 작전 확대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은 EOD와 무인 소해장비의 투입이다. 이들 전력은 일반적인 해적 대응이나 상선 호송보다 기뢰 탐색·제거 등 해상 위험물 처리 작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다. 특히 미·이란 간 종전 이후 국제사회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에 나설 경우 한국군이 참여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도 국제사회가 해상교통로 보호를 요청할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을 직접 투입할 경우에는 별도의 국회 동의를 받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오만 남방에서의 기뢰 대응 역량 확보가 향후 국제 공동작전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만으로 논란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군사적 대응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는 이미 제기돼 왔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는 지난 9월 개혁진보 4당 공동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하며, 한국이 군사적 개입보다 전쟁 종식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일에는 기본소득당 노서영 최고위원이 시민사회와 함께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는 청해부대의 이번 작전 구역 확대 발표 이전부터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대이란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계해 왔음을 보여준다.

반대 측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인근으로 확대하고 기뢰 제거 전력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이란에 한국의 군사적 개입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쟁 불관여 원칙을 강조하더라도 상대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외교적 부담과 안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우리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선박과 선원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해역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거나 한국군의 활동이 특정 국가에 대한 적대 행위로 인식될 경우, 현지에 있는 우리 선박과 선원들이 외교적·안보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상선 보호를 위한 군사적 조치가 결과적으로 상선의 안전을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셋째, 파병 임무와 국회 통제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직접 진입과 기뢰 제거 작전 참여에는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작전 구역과 전력을 사전에 확대해 놓으면 향후 국제사회의 요청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 임무가 단계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가 이번 수정 동의안을 심사할 때 단순히 작전 구역만이 아니라 추가 전력의 임무와 교전 가능성, 작전 지휘체계, 철수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판단에도 현실적인 근거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에너지 수급과 직결되는 전략적 해상교통로다. 해협 통항이 장기간 불안정해질 경우 원유 수급과 해상운임, 보험료, 국내 물류비용 전반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제 항행 질서 회복에 기여하는 것은 해운·물류 산업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다만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목표가 군사적 개입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넓히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청해부대는 해적 퇴치와 우리 선박 보호를 목적으로 파견된 부대인 만큼, 기존 임무와 국제사회의 기뢰 제거 작전 참여 사이에는 명확한 법적·작전적 구분이 필요하다.

해운업계 입장에서도 중요한 것은 군사적 존재감 자체가 아니라 실제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작전 확대에 따른 기대 효과뿐 아니라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 한국 선박에 대한 보복 위험, 유사시 선원 대피와 선박 우회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선사와 선원에게도 작전 구역 확대가 운항과 안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대는 한국이 국제 해상교통로 보호에 어느 수준까지 군사적으로 관여할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정부가 내세운 상선 보호와 항행의 자유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회와 국민에게 임무의 한계와 위험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상선 보호를 위한 파병이 우리 선박과 선원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전 확대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 차원의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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