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370억 맞불…한진칼 지분 경쟁, 내년 주총 향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서 호반그룹으로 바뀌면서 양측의 지분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호반은 여전히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4년간 꾸준히 지분을 늘려 마침내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한 데 이어 조 회장도 수백억원을 투입해 즉각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지분투자를 넘어 향후 경영권 구도로 옮겨가고 있다.
한진칼은 4일 호반건설과 특수관계인이 한진칼 보통주 1381만4053주, 20.69%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58%다. 양측 격차는 불과 0.11%포인트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는 202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호반은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 940만주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일부 지분을 팬오션에 매각했다가 2023년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다시 인수했고,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이어왔다.
호반 측 지분은 2025년 18.46%에서 올해 7월 20.15%까지 높아졌다. 당시 조 회장 측 20.57%와의 격차는 0.42%포인트에 불과했다.
호반은 이후 다시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고, 자신들의 지분이 조 회장 측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까지 했다. 결국 이번 공시를 통해 호반이 실제 20.69%로 최대주주에 올라섰음이 확인됐다.
조 회장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원에 추가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58%에서 약 21.07%로 높아져 다시 호반 측을 앞서게 된다. 조 회장은 매입 목적을 ‘책임경영 강화’라고 밝혔다.
최대주주 지위가 불과 한 달 사이 다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최대주주가 됐다고 곧바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 측에는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한 델타항공이 우호주주로 분류되고 있으며, 산업은행도 10.58%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을 감안하면 현재 조 회장의 실제 경영권 기반이 단순한 특수관계인 지분 20%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호반이 최대주주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경영권 탈취’나 ‘경영권 분쟁’을 선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호반의 행보를 단순 투자로만 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은 2022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올해 들어 매입 속도를 더욱 높였다. 지난해 말 18%대였던 지분율은 불과 10개월여 만에 20%를 넘었고, 결국 현 경영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데 이르렀다.
더구나 단순 투자자가 굳이 최대주주가 될 정도까지 지분을 높이고, 최대주주 해당 가능성을 전제로 기업결합 신고까지 진행했다는 점은 향후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은 곧 의결권이고, 20%를 넘는 지분은 향후 이사 선임이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정 상법에 따라 집중투표제 배제가 어려워진 가운데 한진칼 독립이사 일부의 임기까지 만료되는 만큼 호반이 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보유 지분을 활용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사회 일부 진입과 실제 그룹 경영권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다.
현재는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산업은행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경우 매각 대상과 방식에 따라 양측의 힘의 균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과 기타 주요 주주의 의결권 행사 방향도 주총 국면에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현재 한진칼 상황은 공식적인 ‘경영권 분쟁’이라기보다는 경영권을 둘러싼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지분 경쟁에 더 가깝다.
그러나 호반이 조 회장 측 지분을 실제로 추월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이에 조 회장도 370억원을 들여 재역전에 나선 만큼 양측의 움직임을 단순한 투자와 책임경영 차원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지분 경쟁의 강도가 이미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최대주주 지위와 내년 주총 의결권을 둘러싼 추가 지분 매입이 이어질 경우 현재의 ‘지분 경쟁’이 ‘이사회 경쟁’을 거쳐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호반이 추가 지분을 더 사들이느냐보다, 확보한 20.69%의 의결권을 내년 주총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쏠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