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물류 현장에서 단순한 수요예측과 데이터 분석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은 비용과 효율 중심에서 안보와 동맹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미래물류기술포럼(NeLT)은 지난 1일 ‘보이지 않는 손이 다시 긋는 세계의 지도’를 부제로 한 『물류트렌드 2027』을 발간했다.
이번 신간은 2021년 첫 발간 이후 매년 물류산업의 변화를 조망해 온 『물류트렌드』 시리즈의 여섯 번째 도서다.
국책연구기관과 대학, 증권사, 제련기업, 항공사, 로봇기업, IT 서비스기업, 스타트업, 해외 대사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4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물류트렌드 2027』은 2027년 물류산업을 관통할 핵심 흐름으로 ‘물류의 지능화’와 ‘공급망 분절’을 제시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물류 현장에서 판단과 실행까지 담당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동시에 글로벌 생산·물류망은 최저 비용과 효율성을 우선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위험과 국가안보, 동맹관계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서는 ▲기계지능 ▲시장재편 ▲공급망 분절 ▲특수물류 등 4부 12개 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발간 5주년을 맞아 조정희 KMI 원장과 김성진 미래물류기술포럼 의장이 공동 집필한 특집 ‘보이지 않는 손이 다시 긋는 세계의 지도’도 수록됐다.
특집에서는 2022년판부터 2026년판까지 지난 다섯 권에서 제시했던 전망을 실제 산업 변화와 비교해 평가했다. 미래 전망은 방향뿐 아니라 변화가 어느 속도로 현실화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30년 물류산업의 미래상으로는 ▲자율의 항만 ▲몸을 얻은 AI ▲분절의 지도 ▲되돌아오는 물류 ▲금융이 된 물류 등 5가지 변화가 제시됐다.
‘자율의 항만’은 자동화와 AI가 결합해 항만 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몸을 얻은 AI’는 로봇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한 피지컬 AI 확산을 의미한다.
‘분절의 지도’는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 ‘되돌아오는 물류’는 재활용과 순환경제 확산, ‘금융이 된 물류’는 물류 데이터와 공급망 자체가 금융서비스와 결합하는 흐름을 각각 전망한 것이다.
조정희 KMI 원장은 “이제 물류는 기업 손익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공급망이 걸린 문제가 됐다”며 “한 해의 변화를 기록해 두어야 다음 해를 내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원장과 김성진 의장은 공동 특집에서 “예측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 두려운 것은 틀리는 일이 아니라, 틀린 것을 돌아보지 않는 일”이라며 과거 전망을 다시 검증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트럭과 창고와 선박을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로 우위가 정해지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자산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를 잘 예측해 준비가 빠른 나라가 이긴다”고 밝혔다.
이번 『물류트렌드 2027』은 AI와 자동화로 대표되는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물류 경쟁력의 기준이 단순한 자산 규모에서 예측력과 대응 속도,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