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지사 안 된다”…항만공사 통합에 여야 항만도시 의원 반발
항만공사 통합 정치쟁점화…부산 의원 전원 반대·인천 與도 가세
조승환 “항만공사법 개정 막겠다”…PA 통합 국회 격돌 예고
정부는 통합 추진, 지역 정치권은 반대…4대 항만공사 ‘국회전’으로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항만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울산·인천 의원들이 통합 철회를 요구하며 공동 대응에 나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천지역 의원들도 항만별 자율성과 독립채산제 보장을 요구하거나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항만공사 통합 문제가 정당 간 대립을 넘어 지역 정치권 공동 현안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능은 유사하지만 지역별로 분산된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국제 항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도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은 지난 8일 4개 항만공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항만공사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과 향후 통합 절차, 주요 검토사항 등을 논의했다. 해수부는 지자체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세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인천·울산 의원 24명 공동전선
국회 차원의 가장 큰 움직임은 지난 14일 나왔다.
부산·인천·울산지역 국회의원 24명은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참여 의원은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 17명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인천의 국민의힘 윤상현·배준영 의원, 울산의 국민의힘 김기현·김태규·박성민·서범수 의원 등이다. 부산은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부가 기능 중복 해소와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를 통합 근거로 제시하지만 정책·기획 기능이 통합공사 본사로 집중될 경우 중장기 항만개발계획과 예산, 투자, 해외사업, 배후단지 개발 등 핵심 권한이 지역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항만공사를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현재의 독립적인 항만공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동 행동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김희정·정동만·배준영·김대식·김태규·조승환 의원 등 부산·인천·울산 의원들은 정부안이 공식 발표되기 전인 지난 8월 10일에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의원들은 항만별 독립성과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체제를 강제적으로 합치는 데 반대한다며 물리적 통합보다 항만공사 간 공동사업과 협력체계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승환, “항만공사법 개정 국회서 막겠다”
정치권에서 통합 반대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해수부의 입장을 직접 추궁했다.
황 장관은 당시 지역별 항만공사가 각각 항만의 자립성과 전문성·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취지를 재정경제부에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이후 9월 14일 기자회견에서 항만공사 통폐합에는 항만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법안 심사 과정에서 통합 관련 법 개정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 통합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항만 경쟁력 변화,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할 것도 요구했다.
정부가 행정적으로 통합 준비를 진행하더라도 실제 법인 통합을 위해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한 경우 농해수위 법안심사 과정이 중요한 정치적 관문이 될 수 있는 이유다.
與에서도 반대 목소리…정일영 “인천항 경쟁력 약화”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반대가 야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통합 논의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정 의원은 인천항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설립된 IPA를 통합공사의 지역지사로 전환하면 독립성과 자율적인 정책·사업 결정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인천항에 대한 정부 재정투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운영체계까지 통합하면 인천항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7월 IPA를 직접 방문해 공사와 노조, 지방의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국회 차원에서 통합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도 이미 지난 7월 20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지역 시민단체가 함께한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항만공사 통합 중단과 각 항만의 자율성·전문성 강화를 요구했다. 여야 의원이 통합 논란 초기부터 공동 행동에 나선 사례다.
허 의원은 정부의 통합안 공식 발표 이후에도 인천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같은 당 김교흥 의원도 통합 자체보다 각 지역 항만에 어느 정도 자율성과 권한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인천항의 독립채산 원칙과 지역 재투자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항만공사 개편은 국회 입법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부에 재원 배분과 지역별 권한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에서는 국민의힘 윤상현·배준영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정일영·허종식·김교흥 의원 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행 통합방식에 우려 또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역 정치권의 반대 폭이 상대적으로 넓게 형성돼 있다.
지방의회는 사실상 ‘초당적 반대’
광역의회 차원에서는 여야를 넘어 반대 기류가 더욱 뚜렷하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11일 ‘전국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했다. 앞서 시의원 48명이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참여했다.
울산시의회도 지난 16일 ‘울산항만공사 독립성 사수를 위한 항만공사 통합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울산항의 석유화학·에너지 특성과 자율적인 운영체계가 통합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시의회의 문제 제기다.
인천시의회 역시 지난 18일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인천항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과 자율성에 대한 보장책 없이 조직 통합을 먼저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현행 통합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부산에서는 다만 정치적 대응 방식에 다소 온도차도 나타난다. 민주당 부산시의원들도 통합 철회 결의안에는 참여했지만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별도 공동행동에는 거리를 두는 움직임이 보도됐다. 민주당 부산시당 역시 정부 정책과 지역의 통합 반대 여론 사이에서 공식 입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전선, ‘여야’보다 ‘중앙-지역’ 구도도
현재까지 공개된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항만공사 통합 논란은 단순한 여야 대립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는 ‘기능이 같지만 지역별로 분산된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지역 정치권에서는 항만마다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산항은 컨테이너·환적, 인천항은 수도권 및 대중국 물류, 울산항은 석유·에너지,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배후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만큼 하나의 의사결정체계로 묶을 경우 지역별 투자와 특화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집단적으로 통합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인천 의원과 부산·인천 지방의원들까지 통합안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당 구도와 지역 이해가 교차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국회의원 차원의 집단행동은 부산·울산·인천 의원들이 중심이다. 여수·광양 지역 국회의원들의 별도 공동 기자회견이나 집단적인 공식 입장은 최근 공개 보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광양시와 전남광주권 지방자치단체들은 통합 철회와 항만공사법 개정 저지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음 승부처는 국회 법 개정·국정감사
정부는 이미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 등 실무 절차에 착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법 개정 단계에서 통합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여당 일부 지역 의원도 현행 통합안에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논쟁의 중심은 정부의 통합 당위성에서 통합공사의 권한 구조와 지역별 재정·투자권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항만업계에서 특히 주목할 쟁점은 통합공사 본사의 위치보다 ▲항만별 독립채산제 유지 여부 ▲항만 수익의 해당 지역 재투자 원칙 ▲중장기 개발계획 승인·결정권 ▲항만배후단지 투자권 ▲해외 마케팅 및 선사 유치 권한 ▲항만위원회와 지역 참여 구조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교흥 의원과 인천시의회도 이미 독립채산과 실질적인 의사결정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동향만 놓고 보면 현재는 정부가 통합 실무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야당의 집단적 반대에 여당 일부 지역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국회 단계의 저항선이 형성되는 국면으로 정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