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필리핀 해군의 2,400톤급 원해경비함(OPV) 2번함 ‘BRP 라자 라칸둘라’(BRP Rajah Lakandula, PS-21)가 공식 취역하고 임무에 들어갔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양안보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필리핀 해군의 감시·순찰 능력 강화와 한국 방산·조선 수출 성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9일 필리핀 마닐라만 해군본부에서 필리핀 해군 창설 128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라자 라칸둘라함 취역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로미오 브라우너 주니어 필리핀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번에 정식 취역한 원해경비함은 군 현대화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강한 해군 건설이라는 정부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이정표”라며 “해군 창설 128주년을 맞아 오늘 취역식을 직접 축하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라자 라칸둘라함은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에 공급하는 2,400톤급 원해경비함 6척 가운데 두 번째 함정이다. 지난 1월 취역한 1번함 ‘BRP 라자 술라이만’(BRP Rajah Sulayman, PS-20)의 자매함으로, 지난 5월 8일 잠발레스주 수빅 해군기지에 도착한 뒤 전력화 절차를 거쳐 이날 공식 취역했다.
이 함정은 길이 94m, 폭 14m 규모로 순항속도 15노트, 항속거리 5,500해리를 갖춘 최신예 원해경비함이다. 76mm 함포와 30mm 부포, 기만기 발사체계, 탐색 레이더, 전자광학 추적장비 등을 탑재해 장거리 해상 감시와 초계, 해양안보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해군은 성명을 통해 “이번 전력 증강은 해양안보 강화와 영토 방어 역량 제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는 필리핀 해군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취역식은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면서도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유지하는 해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함정 취역은 필리핀이 서필리핀해, 즉 남중국해 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해상 순찰과 해양주권 수호 역량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중국과의 해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해경비함 전력 확충은 필리핀 해군의 상시 감시와 대응 능력을 높이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호위함과 원해경비함 등 총 12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호위함 ‘BRP 미겔 말바르’ 취역식에도 직접 참석한 바 있다.
해양·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라자 라칸둘라함 취역을 한국 조선업의 함정 건조 경쟁력과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 간 협력이 구체적인 전력화 성과로 이어진 사례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함정들이 필리핀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순차 배치되면서, 동남아시아 해양안보 시장에서 한국 조선·방산 기업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