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해양수산의 중심지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은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1960~70년대 국가적 빈곤 속에서 오대양을 누비며 외화를 벌어들인 선원들의 헌신을 기렸다. 행사 말미, 해기사를 지망하는 해양대 학생들이 “나가자 푸른바다로 우리의 사명은 여길세”라며 부른 노랫소리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다시 한번 거대한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임을 알리는 시대적 신호탄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미 해양동맹'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MASGA(해운·조선 거버넌스 협정)'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쇠락한 미국 상선대 재건을 위한 선박 건조를 한국 조선소 주도로 진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미 의회가 추진 중인 원양상선 250척 발주 계획(Maritime Dominance 계획)에 우리 조선업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마주한 더 큰 고민이 선박 건조를 넘어 이를 운항할 '선원 확보'에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연방상선사관학교(USMMA)의 정원을 20% 늘리고 교수진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미국 내 고급 해기사 배출은 연간 400명 선에 그친다. 1인당 국민소득(GNP)이 9만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에서 장기간 고립되는 원양 항해와 선원직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 일본, 독일 등 해양 선진국들이 소득 3만 달러 고지에 오르며 겪었던 '선원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현재 미국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자국선 보호법인 '존스법(Jones Act)'을 유예하면서까지 한국 조선소에 신조를 맡긴 근본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특히 해양 수도 부산의 새로운 돌파구가 보인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안보적 특수성으로 인해 매년 1,000명 규모의 정예 해기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하는 독보적인 교육 인프라를 유지해 왔다. 나아가 과거 세계 무대에 해기사와 부원(하급선원)을 송출해 국부를 창출했던 경험과 자산도 품고 있다. 미국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상선대 운영 인력을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체계적인 해기사 인력은 물론이고, 국내 인건비 경쟁에서 밀려났던 부원 인력 양성 체계까지 재정비한다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청년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나, 거친 해상 환경을 통제하는 국제 운송 부문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역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분야다. 현재 부산은 그 어느 도시보다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 청년들의 시선을 좁은 내륙이 아닌 광활한 해외 해양 시장으로 돌려야 할 때다. 이는 과거 저소득 국가 시절의 인력 송출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동맹국인 미국이 간절히 바라는 해양 재건의 파트너로서 우리 청년들이 당당히 전문 경력을 쌓을 기회다. 한국의 기술로 지은 배에 한국의 선원들이 승선해 미국의 해양운송안보를 담당한다면, 한·미 혈맹의 가치는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한 단계 격상될 것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프런티어 정신이 요구된다. 해양수산부가 소재한 부산의 수장으로서 부산시장은 청년 일자리 해결의 핵심 전략으로 '미국 상선대 인력 양성 및 송출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MASGA 프로젝트의 효과가 부산·경남 일대의 조선소 수주에 머무는 것을 넘어, 전방위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지자체가 앞장서 판을 짜야 한다.
과거 부산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 '선원 모집' 광고가 넘쳐나고, 바다를 품기 위해 전국에서 청년들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던 역동적인 기억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던진 해양 보국의 메시지에 이제 부산시가 실천으로 응답할 차례다. 기회의 돛은 올랐다. 우리 청년들과 함께 다시 푸른 바다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