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내측에서 HMM 나무호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내 상선 선원노동계가 경남 통영에 집결한다. 선박 피해는 물론 중동 전쟁 장기화 속 선원 안전 문제가 해운산업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장 선원들의 생명권과 근로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응책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의장 김두영 선원노련 위원장)는 5월 6일부터 7일까지 통영 스탠포드 호텔에서 춘계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협의회에는 사고가 발행한 HMM해상노조를 포함한 국내 주요 상선 분야 노동조합이 참여하며, 선주단체인 한국해운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HMM 나무호 사고 직후 열리는 첫 대규모 해운노사 정책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홍해·걸프 해역 전반의 항행 리스크가 급등하면서, 단순 운항 문제가 아닌 선원 생존·안전·심리적 보호 체계 전반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토론회에서 ▲전쟁위험구역 운항 선원 안전 매뉴얼 재정비 ▲위험수당 및 특별보상 체계 현실화 ▲장기 정박·억류 시 식량·의약품·교대 지원 강화 ▲비상 철수 및 구조 프로토콜 구축 ▲선원 정신건강 보호 대책 등이 중점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내측에는 여전히 다수의 한국 관련 선박과 선원들이 장기 대기 상태에 놓여 있으며, 외교 협상과 군사적 긴장 사이에서 선원 개인이 사실상 지정학적 위험을 직접 감당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 우려가 크다.
김두영 선원노련 위원장이 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 간담회에서도 “자연적 위험을 넘어 정치적 위험까지 선원이 떠안고 있다”며 선원 보호 체계의 구조적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통영 토론회에서는 단순한 성명 수준을 넘어, 선원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요구할 ‘전시·분쟁 해역 한국 선원 보호 가이드라인’ 또는 ‘고위험 항로 노사정 공동 대응체계’ 마련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업계 역시 선원 안전 없이는 해상 물류 유지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실제 HMM 나무호 사고는 선박 자체 피해를 넘어, 한국 선원이 더 이상 글로벌 공급망의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원노동계 관계자는 “이제 선원 문제는 임금이나 복지 차원을 넘어 생명권과 국가 해상안보의 문제”라며 “이번 정책토론회가 선원 안전을 산업 부수 의제가 아닌 국가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시대 한국 해운산업이 ‘선박 보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원 보호’를 얼마나 구조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HMM 나무호 사고 이후 열리는 선원노동계 집단 논의가 선원들의 불안에 실질적으로 답할 수 있는 구체적 해법을 내놓을지 촉각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