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 등으로 북극 지정학이 다시 달아오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례 없는 핵추진 쇄빙선(리데르·Leader)을 건조 중”이라며 러시아의 북극 주도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1월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물리기술원(MIPT)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북극 항로 개발은 러시아는 물론 국제 무역·물류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극동 즈베즈다(Zvezda)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핵추진 쇄빙선 ‘리데르’가 2030년까지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언급한 ‘리데르’는 통상 프로젝트 10510(선명 ‘Rossiya’로 알려짐) 계열로 분류되는 차세대 핵추진 쇄빙선 사업이다. 기존 주력인 프로젝트 22220급을 넘어서는 대형·고출력 플랫폼으로 설계돼, 러시아가 북극항로(NSR) ‘연중 상업항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후방(heavy-duty) 쇄빙 능력을 담당할 핵심 전력으로 거론된다. 이 선박은 RITM-400 원자로(2기 탑재 계획) 등 차세대 추진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첫 RITM-400 원자로 1호기 제작 완료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푸틴의 메시지는 단순 ‘기술 자랑’ 차원을 넘어, 북극항로를 둘러싼 물류·자원·안보의 삼각 경쟁에서 러시아가 “쇄빙선=주도권”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 운항 기반의 핵추진 쇄빙선단을 실질적으로 운용해 왔고, 이를 통해 북극권 에너지·광물 프로젝트와 항로 통제력을 결합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러시아의 ‘핵쇄빙선 드라이브’가 북극권 경쟁국들의 투자 심리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노후 쇄빙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Polar Security Cutter(PSC)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납기 지연이 누적되며 첫 선박 전력화 시점이 2030년 전후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미국 의회·행정부 차원에서는 쇄빙선 확충을 ‘아크틱 억제력’으로 재정의하며 대규모 예산을 붙이고 있고, 미·캐나다·핀란드 3자 협력체(일명 ICE Pact)를 통해 생산역량 자체를 끌어올리려는 흐름도 나타난다.
캐나다 역시 2030년 인도를 목표로 한 신규 극지 쇄빙선 건조에 착수하는 등 북극 방어·수송 인프라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만큼의 ‘핵쇄빙선 실전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핵추진 쇄빙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며 극지선단 확장과 ‘폴라(Polar) 존재감’을 키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리데르’는 러시아가 북극에서 확보한 비교우위를 과시하는 상징이자, 경쟁국들이 뒤늦게 쇄빙선·극지조선·항로 통제로 대응하는 촉매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북극해 빙황 변화가 항로의 ‘가능성’을 키웠다면, 실제 상업화·군사화의 속도는 쇄빙선(특히 고출력 플랫폼) 보유 여부가 좌우한다는 현실이 재확인되고 있다. 특히 최근 그린란드 이슈로 북극 안보 프레임이 급격히 확대되는 국면에서, 러시아가 ‘핵추진 쇄빙선’이라는 비대칭 우위를 앞세워 북극항로의 규칙 설정자 지위를 굳히려는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