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컬럼/ 한 사람의 일탈로 멈춘 '해양의 키'…'진짜' 해양수산비서관을 기다린다
데스크컬럼/ 한 사람의 일탈로 멈춘 '해양의 키'…'진짜' 해양수산비서관을 기다린다
  • 해사신문
  • 승인 2025.10.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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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윤여상 (경영학 박사)

 

이재명 정부가 어렵게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를 신설했을 때, 해양계는 환영했고 국가 해양전략의 방향타가 다시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 환영과 기대는 석 달도 채 가지 못했다. 단 한 사람의 일탈로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우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해양환경 속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정책 공백을 마주하고 말았다. 누구의 책임인가, 통렬한 반성은 진행 중인가를 묻지만, 아직 그 답은 보이지 않는다.

본질은 명확하다. 제도는 살려냈지만 사람과 검증이 무너졌다. 정무적 안배가 전문성 검증을 덮었고, 컨트롤타워가 갖춰야 할 국제규범 이해와 산업 설계 능력, 이해충돌 관리가 빠졌다. 한 사람의 일탈이 곧바로 시스템 마비로 번졌다는 사실은 컨트롤타워의 구조 자체가 취약했음을 방증한다. 그 결과 연료전환과 항만 인프라, 선대·선원 전환, 북극항로·환동해 전략 같은 핵심 어젠다가 조정 창구 없이 표류하고 있는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책임의 화살은 세 방향으로 나뉜다. 당사자는 공직윤리의 최소선을 무너뜨렸고, 임명권자는 출신과 관계가 아니라 실적과 소양, 윤리로 선발했어야 할 검증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해양계 역시 직제 부활의 주역이자 이번 사태의 공동 책임자다. 인맥 추천의 관성을 끊고 성과와 데이터에 근거한 추천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분명하게 반성이 있어야 하고, 시급히 대책도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공백은 더 위험하다. 해양계가 대통령실의 비서관 직제를 원한 것은 자리 하나를 원한 것이 아니다. 현실을 해결하는 '방향키'를 잡아달라는 것이다. 바다는 정치를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례로 규범은 국제해사기구(IMO)와 EU에서 시차를 두고 겹치며 바뀌고, 시장은 운임과 비용, 우회항로와 지정학 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는 LNG·암모니아·메탄올·전기·수소가 얽히며 안전·선급·보험·금융이 동시에 따라붙는다. 이런 다중 전선에서 컨트롤타워의 지체는 곧 비용이며, 지연은 경쟁력의 상실로 직결된다.

따라서 지금 임명해야 할 사람은 정무 보좌가 아니라 해양분야를 꿰뚫는 국가 전략가다. 해운·항만·수산·조선·극지·안전·금융을 한 테이블로 묶어 실행까지 끌어낼 통합 거버넌스 역량, 규범 변화를 시그널로 즉시 번역하는 국제 감각, 연료전환과 항만·선급·보험·안전을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기술·인프라 이해력, 그리고 이해충돌을 선제 차단하는 공직 윤리가 최소 기준이다. 정치 성향은 부차적이다. 바다의 언어로 협상하고 산업의 언어로 실행하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임명과 동시에 100일 액션 플랜이 가동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통령실 주재 주간 통합전략회의를 상설화하고, 부산·여수광양·울산·인천의 항만별 대체연료 로드맵과 안전·보험·비상대응 표준을 2030 타임라인에 맞춰 일괄 확정해야 한다. CII·EEXI 대응 리파이낸싱과 세제·보증을 묶은 선대·선원 전환 패키지를 가동하고, 대체연료 취급·탄소회계·디지털 운항에 관한 국가 표준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북극항로·환동해 전략은 항행정보·보험·쇄빙·기상을 통합한 리스크 기반 시나리오로 재정렬하고, 항만 운영은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AI 수요예측과 장비 전동화로 체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분기별 ‘해양전략 시그널’을 통해 규범 일정, 보조·세제, R&D·금융 우선순위를 수치로 공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

인사와 검증의 프로세스도 바뀌어야 한다. 경력·성과·이해관계를 사전 공개하고 산업·학계·노조·지역이 참여하는 공개 질의를 상시화해야 한다. 재직·퇴직 후 활동과 가족·특수관계까지 포함하는 이해충돌 사전합의서를 의무화하고, 100일·1년·2년의 KPI(핵심성과지표평가) 달성 여부에 따라 경고에서 해임까지 이어지는 성과 계약을 명문화해야 한다. 법조·회계·안전·해양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검증위원회가 상시 감시하는 체계 또한 필요하다.

우리 해양계의 책무도 무겁다. 우리가 힘 모아 되살린 직제라면 우리가 지켜야 한다. 비서관이라는 자리는 인연이 아니라 데이터로, 국제협상 실적과 프로젝트 성과, 규범–산업 번역 사례를 수치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실시한 추천인의 책임성도 분명히 하여 허위·과장 시에는 향후 추천을 제한해야 한다. 단톡방으로 통하는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고, 지금의 업계·학계·노조·지역이 한 목소리로 “전문성·윤리·실행”의 세 원칙을 요구할 때, 정권과 정당을 넘어선 국가 해양 리더십이 선다.

이번 사태는 자리가 비어 있는 사건이 아니라 국가 해양전략의 축이 빠진 사건이다. 한 사람의 일탈로 해양계의 신뢰에 금이 갔지만, 여기서 멈추면 금은 균열이 되고 균열은 붕괴가 된다. 임명권자는 지금, 글로벌 마인드와 통합 설계 능력, 윤리를 갖춘 진짜 전략가를 임명해야 한다. 해양계는 마지막까지 전문성의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다시는 우리가 힘 모아 만든 직제를 허망하게 만들지 말자. 지금, 대통령실에 ‘바다를 아는 사람’을 앉혀라. 그 결단이 대한민국을 규범 변동의 거센 파고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해양강국으로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우리는 시급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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