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항로, 냉정과 열정 사이…'진짜 전문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사설/ 북극항로, 냉정과 열정 사이…'진짜 전문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해사신문
  • 승인 2025.08.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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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 개발을 국가 해운 전략의 전면에 내세우며, 관련 담론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 발표 직후, 다수 언론은 북극항로를 "제2의 해상 실크로드"라 부르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고, 자칭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찬양 일색의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 항로가 경제성을 갖췄다는 분석, 기후변화가 가져온 ‘기회의 바다’라는 주장, 그리고 한국이 북극 물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까지 줄줄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북극을 실제로 항해해 본 선장들, 냉혹한 바다 위에서 얼음과 기상, 불확실한 인프라 속에서 생존을 경험한 이들은 묻는다. “도대체 누가 이 항로를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는가?” 이들은 언론에 등장하는 ‘북극 낙관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항로 자체의 구조적 불확실성, 계절적 제약, 보험 리스크, 항해 통제권을 쥔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극항로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균형’이다. 정부가 정책적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과열된 기대와 일방적인 홍보로 이어질 때다. 더 큰 문제는 현실의 복잡성을 축소한 채 국민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는 담론이 정책의 방향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북극항로는 기후위기라는 모순된 배경 위에 존재하는 잠재적 루트다. 선박 운항은 해빙 속도가 아니라 국제 규범, 에너지 패권, 해양 주권 등 거대한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북극은 아직 누구에게도 '안전한 길'이 아니다. 그 복잡함을 진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 묵묵히 극지를 다녀온 해기사들의 냉철한 경험이야말로 지금 이 논의에 가장 절실하다.

정부와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홍보가 아니다. 구조적 리스크와 기술적 제약, 국제 정세의 변수까지 냉정하게 진단하고, 수요자와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다. ‘뜨거운 바다’보다 ‘차가운 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극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가장 값비싼 착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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