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석유를 운송해 온 제재 대상 유조선이 오만 연안 해양보호구역에서 원유를 유출한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노후 선박으로 구성된 러시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위성영상 분석과 해양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러시아산 연료를 운송해 온 유조선 캐롤라인 베젠기(Caroline Bezengi)호가 오만 도파르(Dhofar) 주 연안의 해양보호구역에서 원유를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 대상인 이 선박은 러시아 흑해 노보로시스크 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운항을 시작했으며, 지난 6월 11일 예멘 인근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마지막으로 송신한 이후 공개 추적망에서 사라졌다.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센티넬-1과 센티넬-2 위성이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촬영한 영상에는 오만 알키블리야(Al-Qibliyyah) 섬 남서쪽 해역에 은회색의 띠 형태로 확산된 기름띠(oil slick)가 확인됐다.
로이터가 확보한 위성영상은 환경감시단체 스카이트루스(SkyTruth)의 존 에이머스(John Amos), 분쟁·환경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의 리언 모어랜드(Leon Moreland), 데이터데스크(Data Desk)의 루이스 고다드(Louis Goddard) 등 3명의 독립 전문가가 각각 분석한 결과 모두 원유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로이터는 또 캐롤라인 베젠기호가 오만 연안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확보했지만 촬영 시점은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양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6월 8일 예멘 남부 무칼라 인근에서 이미 이상 상황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선박 노후화에 따른 기계적 결함 가능성과 함께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연계 유조선 공격,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걸프 해역의 안보 불안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원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선령이 오래되고 유지·보수가 충분하지 않은 유조선들로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선박은 선박보험과 안전관리 수준이 일반 상선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아 왔으며, 국제사회에서는 해양오염과 대형 해양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만 해사보안센터와 환경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로이터의 질의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원유 유출이 최종 확인될 경우 중동 해역의 군사적 긴장과 별개로 러시아 그림자 선단의 안전관리 문제가 국제 해운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