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용융염원자로 적용 1만5,000TEU 컨테이너선 국제 인증…차세대 원자력 추진선 개발 '청신호'
국내 연구기관과 조선업계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설계가 국제 선급의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받으며 무탄소 선박 시대를 향한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삼성중공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용융염원자로(MSR, Molten Salt Reactor) 적용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개념설계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승인(Approval in Principle·AiP)을 획득했다고 16일 밝혔다.
AiP는 새로운 선박 기술이나 설계가 국제 규정과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개념설계 단계에서 검증하는 절차로, 상용화 이전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원자력 추진 선박처럼 국제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에서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번 컨테이너선에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일종인 용융염원자로(MSR) 2기가 추진 동력원으로 적용됐다.
MSR은 핵연료와 냉각재를 액체 상태의 용융염으로 함께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로, 기존 원자로보다 안전성이 높고 열효율이 우수해 미래 선박용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 연구진은 원자로 2기를 이중화해 출력을 분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잉여 전력을 저장·공급하는 전력 운영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추진 성능과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구현했다.
선체 설계 역시 원자력 추진선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했다. 최고 25노트 운항이 가능한 고속 선형을 적용했으며, 파랑 영향과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로를 선박 중앙부에 배치했다. 또한 기존 화석연료 저장탱크와 연돌(배기가스 배출시설)을 제거해 화물 적재 공간을 확대했고, 확장된 파나마운하 통항이 가능한 1만5,000TEU급 선형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방사선 차폐를 고려한 선원 거주구 배치와 국제 기준에 맞는 시야 확보 설계도 반영해 안전성과 운항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 성과는 기관별 전문성을 결집한 협력의 결과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ARINA) 개발을 담당했으며, KRISO와 삼성중공업은 원자력 추진선의 선형 설계와 원자로 및 주요 설비 배치, 전력 운영·제어 기술 개발을 수행했다.
향후 참여기관들은 원자로와 선박 간 인터페이스 설계를 구체화하고, 실제 운항 환경을 고려한 안전성 검증과 설계 고도화, 핵심기술 시험 및 실증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조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는 K-문샷 프로젝트인 용융염원자로 기반 SMR 선박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과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무탄소 선박 시장을 선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규제가 강화되면서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에 이어 원자력 추진선이 장거리 무탄소 선박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쇄빙선 등 장거리 항해 선박은 연료 적재 공간과 운항거리 제약이 적은 원자력 추진 방식의 장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AiP 획득으로 우리나라는 조선 기술과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결합한 원자력 추진 상선 개발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향후 국제 규제 정비와 실증 과정을 거쳐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