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양경제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축으로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 기관지 《구시(求是)》 2026년 제6호에 실린 글에서 해양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주문하며, 조선·해양공정장비·해운·항만·해양에너지·해양금융을 포괄하는 전방위 해양산업 육성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해양자원 개발을 넘어, 해운·조선·항만을 묶은 종합 해양산업 체계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신화통신과 구시망에 따르면, 해당 글은 2025년 7월 1일 중앙재경위원회 제6차 회의 발언의 일부를 바탕으로 하며, 3월 16일 발간되는 《구시》 6호에 실렸다. 시 주석은 중국 해양경제 규모가 2024년 10조5000억위안으로 2012년 대비 두 배 이상 커졌고, 국내총생산의 7.8%를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이 조선산업의 이른바 ‘3대 명주(三大明珠)’를 돌파했고, 해양어업과 해상풍력 산업 규모가 세계 선두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양산업을 단순한 자원개발이 아니라 현대 해양산업체계 구축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부분이다.
시 주석은 큰 방향으로 ▲혁신 주도 ▲육해 통합 협동 ▲산업 고도화 ▲인해(人海) 조화 ▲국제 협력 강화를 제시했고, 구체 과제로는 총 6개 분야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해사산업과 직접 맞닿는 내용으로는 선박 및 해양공정장비 산업의 고품질 발전, 해운업의 고품질 발전, 연해 항만군의 최적화·통합, 중점항만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디지털 해양’과 ‘블루 파이낸스’ 육성 등이 포함됐다.
특히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해서는 “선박과 해양공정장비 산업의 고품질 발전 행동을 추진하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이는 중국이 상선 건조 강세를 넘어 해양플랜트와 특수목적 선박, 고부가가치 기자재까지 경쟁력을 확장하려는 정책 방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해운 분야에는 “해운업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라”는 표현이 들어갔는데, 이는 단순 선복 확대보다 서비스 경쟁력, 네트워크, 디지털화, 비용 구조, 금융 연계까지 포괄하는 구조개편 의지를 시사한다.
항만 부문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시 주석은 주요 해만(海湾) 전체 계획 강화를 주문하면서, 연해 항만군의 질서 있는 최적화와 통합, 중점 항만의 녹색화·스마트화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서부 육해신통로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중국 내륙과 항만, 국제물류축을 연결하는 복합물류 전략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항만 개별 경쟁보다 항만군 네트워크와 배후물류 효율화를 앞세우는 방향으로 읽힌다.
해양에너지와 해양자원 개발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글은 중점 해역의 석유·가스 탐사개발, 해상풍력의 규범적·질서 있는 건설, 조력 등 해양에너지의 규모화 개발을 추진하라고 적시했다.
여기에 심원해 양식, 현대 원양어업, 해양 바이오의약·바이오제품, 해양 특색 문화·관광 목적지 조성도 병행 추진 대상으로 제시됐다. 즉, 에너지·식량·관광·바이오까지 포함한 해양경제 전반을 국가 차원의 성장 패키지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해양 자립도가 강조됐다. 시 주석은 해양 전략과학 역량을 강화하고, 해양 및 극지 국가실험실, 전국중점실험실 건설을 지속 추진하며, 해양 과학기술 선도기업과 전문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블루 인재’ 특별계획을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해양장비, 극지, 심해, 해양데이터, 에너지기술 등에서 기술 자립과 인재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 해양 거버넌스와 대외전략도 함께 언급됐다. 시 주석은 글로벌 해양 과학조사, 방재·감재, 블루이코노미 협력을 강화하고, 일대일로 국제항만연맹 건설을 진전시키며, 21세기 해상실크로드 연선국가와의 협력 메커니즘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해양전략이 국내 산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항만·해운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제 영향력 확대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해사산업 관점에서 보면, 이번 글은 중국의 해양정책이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조선·해양장비·항만·해운을 하나의 산업 체계로 묶어 고도화하겠다는 점이다. 둘째, 해상풍력·해양에너지·디지털해양·블루파이낸스 등 신해양산업을 기존 조선·해운과 결합하려는 점이다. 셋째, 일대일로와 국제항만연맹을 통해 해양산업의 외연을 넓히며 국제 공급망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은 향후 중국 조선소의 고부가 선종 확대, 국영 해운사의 네트워크 재편, 연해 항만군 통합, 해양에너지 프로젝트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구시 기고는 중국이 해양경제를 단순한 부문정책이 아닌 제조업, 물류, 에너지, 과학기술, 대외전략을 연결하는 국가전략 산업군으로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조선과 해운, 항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해양산업 전반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공식화한 만큼 동북아 해사산업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