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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소배출 규제와 해운산업의 미래
기고/ 탄소배출 규제와 해운산업의 미래
  • 해사신문
  • 승인 2026.03.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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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이마린(주) 대표이사 / 해양환경안전학회 부회장

 

최근 지구 곳곳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유럽의 대홍수, 북미의 기록적인 폭염, 호주와 미국의 대형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예상치 못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을 꼽는다. 실제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약 1.1℃ 상승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인류 사회와 산업 구조 전반에 새로운 변혁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탄소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EU Emissions Trading System(EU ETS)이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제한하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는 시장 기반 정책으로,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이 제도를 해운 산업까지 확대하였다. 2024년부터 유럽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은 일정 비율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배출권을 확보해야 하며, 향후 그 적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해운 기업들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가져오는 동시에 선박 운항 방식과 연료 선택에 근본적인 변화의 노력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FuelEU Maritime 제도를 도입하여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해운 산업의 에너지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운 탄소 규제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는 선박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EEXI)와 선박 운항 중 탄소 배출 효율을 평가하는 Carbon Intensity Indicator(CII) 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2050년경 선박의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달성하지 못할 목표처럼 여겨지거나, 어느 시점에 흐지부지 사라지는 규제가 될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비단 특정 국가나 산업분야를 넘어 전 지구에 걸쳐 순응하는 규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해운 산업의 경우 단순한 물류 산업을 넘어 에너지 전환 산업으로 변화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선사들은 이미 탈탄소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의 A.P. Moller–Maersk는 메탄올 기반 친환경 선박 도입을 강구 중이며,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중 하나인 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MSC)는 LNG 추진 선박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HMM 역시 친환경 선박 투자와 운항 효율 개선을 통해 탄소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 확대는 해운 기업들에게 예기치 못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탄소 금융, 탄소 데이터 관리,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 산업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연료 규제 대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탄소 관리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탄소 배출 규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해운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해운 산업은 저탄소 연료 기술, 선박 에너지 효율 개선, 디지털 운항 기술, 그리고 탄소 금융 전략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탄소 배출 규제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국가만이 미래 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의 기고문은 필자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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