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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운협회와 포스코플로우의 상생협약에 대한 소고
기고/ 해운협회와 포스코플로우의 상생협약에 대한 소고
  • 해사신문
  • 승인 2022.07.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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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한국해운협회와 포스코플로우가 상생협정을 맺고 포스코그룹 차원의 해상운송업 참여는 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대량화주의 해상운송업 참여를 금지하는 해운법을 우회하여 물류자회사를 만들고, 물류자회사를 통하여 해상운송업에 뛰어들어 해상운송업자를 축출할 것이라고 우려해 온 해운업계와 관계자들에게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도 해상운송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번 발표는 해운협회를 중심으로 포스코의 해상운송사업 참여를 반대해 온 해운업계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근 해운협회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운협회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신설을 반대하다가 돌연 입장을 바꾸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대표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해운협회와 포스코플로우의 합의가 현재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보고,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와 앞으로의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법과 제도하에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신설을 금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신설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없다. 그 주장의 이면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화주와 물류기업 중간에서 통행세를 취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데, 공기업인 포스코가 이를 하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포스코 뿐만 아니라 삼성, 현대차, LG 등의 물류자회사가 단순히 통행세만 취득한다는 것은 경영합리화 노력의 일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물류혁신을 추구하는 국내 글로벌 대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편적인 지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포스코의 그룹 차원의 물류자회사 신설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행의 법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둘째, 해운업의 해상운송사업자와 상법의 운송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운법에서는 선박을 소유한 자가 해상운송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상법에서는 포워더 등 NVOCC(복합운송주선업체)도 운송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 해운법상에서 해상운송사업자가 선하증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스코가 선하증권 발행이 가능한 해상운송사업의 영역까지 겸하게 되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포스코는 현행법에 의해 물류자회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운법 24조에 의해서도 포스코는 자회사에 대한 포스코의 지분이 40% 이하이면 원료수송과 철강제품수송이 가능하고, 철강제품만 수송하려면 아무런 제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운업계와 협정을 체결하면서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원료수송선사보다 제품수송선사의 우려가 더 컸으며 포스코 차원에서도 거양해운의 실패사례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원료수송선사는 제품수송선사보다 관심도가 낮았다.

만약 포스코가 해상운송사업자가 되는 것을 막지 않고 해운법상의 해상운송사업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면 중소 철강제품 운송선사들은 포스코 물류자회사의 단순 운송하청업자가 되거나 포스코가 소유한 선박을 관리하는 선박관리업자의 자위로 전락할 가능성조차도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해운업계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막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가 해상운송사업자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고 할 것이다.

셋째,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통한 통행세 징수와 같은 행위를 막는 것은 해운법이나 물류기본법의 개정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기존의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물류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법률개정은 계열간 거래로 인한 매출이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저가수주를 부추겨 중소물류업체의 일감을 빼앗고 도산이라는 결과만 만들었다. 즉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중소 협력업체나 중소 해운사들의 소규모 물량을 흡수하는 등 물류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모회사로부터 받은 화물을 이른바 '통행세'를 받아 넘겨 건전한 산업발전을 저해하였다.

따라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건전한 거래 질서 조성, 해운 물류시장의 공정화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계열내 거래액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 보다는 계열사 물량의 50% 이상을 취급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나머지는 국내 물류기업에게 시장 개방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 개정하는 것이 더 시장친화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해운업계를 비롯한 물류업계와 협력 내지는 제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동반 해외진출 등이 가능할 여지가 생긴다. 또 대기업 물류자회사도 자기계열사 이외에 해외 물류기업 인수 등을 하지 않을 수 없어 국내 물류산업의 글로벌화, 대형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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