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대체연료 선박 발주잔량 1942척…전체 발주톤수의 47%
LNG 벙커링 222개항·메탄올 25개항…암모니아는 울산서 첫 상업 벙커링
글로벌 해운업계의 대체연료 선박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항만 연료공급 인프라는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드선급(Lloyd’s Register·LR)은 최근 발표한 ‘Fuel for Thought: Ports’ 보고서를 통해 선박의 대체연료 대응 능력과 실제 항만에서의 연료 공급 가능성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체연료 대응 선박은 1942척에 달했으며, 대체연료 선박이 전체 글로벌 수주잔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톤수 기준 47%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연료별 인프라 구축 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LR에 따르면 LNG 벙커링은 전 세계 222개 항만에서 가능한 반면, 메탄올을 실제 공급하고 있는 항만은 25곳에 불과했다.
암모니아는 상황이 더욱 초기 단계다.
세계 최초의 상업적 암모니아 벙커링은 지난 4월 한국 울산에서 이뤄졌으며, 대부분의 다른 항만은 여전히 파일럿 프로젝트나 실증, 안전관리체계 구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발주 중인 선박 가운데 메탄올 대응 선박은 385척, 암모니아 대응 선박은 45척에 달하지만 이들 선박에 필요한 저탄소 연료와 벙커링 인프라는 일부 주요 항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이 선박의 연료를 선택할 때 단순히 연료 기술이나 선박 효율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실제 운항항로에서 해당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LR의 지적이다.
캄란 울 하크(Kamran Ul Haq) LR Ports Advisory 수석부사장은 “선대가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선주는 오늘 대체연료 선박을 주문할 수 있지만 실제 선박이 필요로 하는 항만에서 그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연료 전략과 운항 전략을 더 이상 별개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LR은 항만들도 모든 대체연료를 한꺼번에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각 항만이 실제로 어떤 연료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하고, 이에 맞춰 안전기준과 규제체계, 전문인력, 공급망 파트너십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울 하크 부사장은 “항만은 모든 연료에 베팅할 필요가 없다”며 “어디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안전, 규제, 기술인력과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료별 전환 속도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LNG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성숙한 벙커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바이오연료 혼합유는 기존 벙커링 인프라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당장 적용 가능한 대체연료 가운데 가장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메탄올은 싱가포르와 북유럽, 동북아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지만 공급 가능한 항만 수는 아직 제한적이다.
암모니아는 한국 울산에서 상업 벙커링 단계까지 진전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실증과 안전기준 마련이 중심이다.
수소는 현재로서는 주로 단거리 해운이나 실증 프로젝트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체연료 인프라의 지역적 편중도 뚜렷했다.
LR은 현재 상업적 또는 상용화에 근접한 대체연료 공급 프로젝트가 북유럽, 동북아시아, 싱가포르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전 세계적인 대체연료 보급률보다 자신이 실제 운항하려는 항로와 기항지에서 연료를 조달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는 상대적으로 공급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LR의 FOBAS(Fuel Oil Bunker Analysis and Advisory Service)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 다수 항만에서 드롭인 방식의 바이오연료 공급이 확인됐다.
다만 공급량은 일부 주요 항만에 집중됐다.
상위 13개 항만이 전체 바이오연료 벙커링 물량의 **77.5%**를 차지했으며, 싱가포르 한 곳만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했다.
LR은 향후 항만의 대체연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안전과 규제, 전문인력 확보를 꼽았다.
선석별 위험성 평가와 적절한 인허가, 비상대응체계 구축, 연료 특성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 등이 실증단계에서 정기적인 상업 공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울 하크 부사장은 “항만투자는 모든 연료를 동시에 준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확인 가능한 수요를 따라가야 한다”며 “특정 선박 프로그램과 녹색해운항로 역시 인프라 투자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체계와 인허가, 비상대응능력, 전문인력에 대한 조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LR 보고서는 결국 해운 탈탄소 전환에서 선박 발주와 연료 공급 인프라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메탄올과 암모니아 추진선 발주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선박 인도 시점까지 주요 항로의 벙커링 네트워크가 얼마나 확대될지가 향후 대체연료 선박의 실제 운항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