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국무장관 "국제수로 통행료는 국제법 위반"
이란은 60일 면제 이후 징수 여지…최종 협상 핵심 쟁점 부상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60일 임시 개방에 합의한 가운데, 향후 통행료 부과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드러나면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수로이며 어떠한 국가도 통행료나 이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국제수로에서 특정 국가가 선박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보장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 역시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60일 휴전 및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양해각서(MOU) 이후 불거진 '통행료 논란'에 대한 미국 측의 첫 공식 입장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스위스 협상을 통해 향후 60일간 상선의 무상 통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해각서에는 60일 이후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행정 및 해사 서비스 체계"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이란이 향후 통행료 부과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선박 통항을 관리하는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을 신설하고 선박 운항 통제권을 행사해 왔다.
최근에는 60일 동안 통행료를 면제하되 해당 비용은 이란 정부가 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면제 기간 종료 이후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주목해왔다.
"60일 뒤가 진짜 협상"
해운업계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단순한 통행료 문제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둘러싼 주권 문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이 자국 주권에 속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실제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최근 국영 IRIB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이란의 체계 아래 관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국제수로 원칙을 근거로 특정 국가의 독점적 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의 60일 무상 통항 조치는 임시 봉합에 불과하며, 이후 협상 과정에서 통행료와 해협 관리권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Gulf 국가들도 "통행료 절대 반대"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도 이란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UAE와 쿠웨이트, 바레인 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LNG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사실상의 '해상 관세'가 도입될 경우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루비오 장관 역시 "걸프 지역 국가들은 모두 미국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어느 나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LNG 물동량의 25% 이상이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다.
해운업계 "통행료 현실화 땐 비용 폭탄"
해운업계는 통행료 논란이 현실화될 경우 전쟁위험보험료(War Risk Premium), 선박 보안비용, 긴급연료할증료(EFS)에 이어 또 하나의 비용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현재도 중동 항로는 보험료와 보안비용 때문에 운항비가 급증한 상태"라며 "여기에 통행료까지 추가된다면 사실상 호르무즈 통과 비용 자체가 새로운 운임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60일 면제는 시작일 뿐"이라며 "최종 협상에서 통행료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중동 항로 운임과 글로벌 에너지 물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국제법을 내세워 통행료 부과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란이 해협 관리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이 글로벌 해운시장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