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12월 22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행업체를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심의·의결하면서,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했던 해군 핵심 전력화 사업이 경쟁 체제로 재가동된다. 방사청은 국가계약법의 일반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사업 참여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명경쟁을 택했다고 밝혔다.
KDDX는 국내에 축적된 함정 건조기술을 집약하고 탑재 무기체계의 국산화 비중을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춘 국내 최초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0년부터 2036년까지로, 총사업비는 약 7조원대로 제시됐다. 방사청은 KDDX 확보를 통해 적의 핵·미사일 및 수중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기반 전력을 강화하고, 해군 기동함대의 주력 전력으로서 주권과 해양권익 보호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산 무기체계 기반의 안정적 장비 운용과 방산수출 효과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관례’와 ‘공정성’이 정면 충돌한 결과로 풀이된다. 함정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납기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기본설계 수행사가 상세설계·선도함까지 연계 수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기본설계를 맡아온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자료 불법 취득·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요구해 왔다. 방추위가 지명경쟁을 선택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쟁을 통한 공정성 담보’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최대 변수는 보안 감점(1.8점) 적용 여부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감점은 12월 19일(또는 11월 19일) 종료됐다는 설명이 함께 나오지만, 방사청은 감점을 연장하거나 추가로 반영할지에 대해 “입찰공고 이후 제안서 평가 단계에서 확인될 사안”이라며 “관련 사항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감점이 실제 평가에 반영될 경우 한화오션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반면, 한화오션 측도 연구개발 실적과 협력사 관련 보안 이슈가 변수로 거론되며 최종 결과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양사의 공식 반응은 엇갈렸다. HD현대중공업은 방추위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그간 지켜져 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점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향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사업자 선정방식이 이제라도 결정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수주를 통해 해군력 증강에 기여하고 2030년대 K-해양방산을 이끌 명품 함정 건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력화 일정 측면에서 과제는 남았다. KDDX는 이미 1년 6개월~2년가량 지연된 것으로 평가되며, 지명경쟁입찰 절차가 본격화되면 입찰공고, 제안요청서 작성, 협상 등 추가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은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해 내년 1분기 방추위에 상정하고,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내년 말까지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군이 노후 구축함의 퇴역 시기와 전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성 확보와 전력화 속도 사이의 균형이 사업 관리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방추위가 발표한 전문>
‘구축함(KDDX) 사업’은 그동안 축적된 함정 건조기술을 집약하고 대부분의 탑재 무기체계를 국산화하여 해외의존도에서 탈피한 국내 최초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을 건조하는 사업입니다. 이번 방추위에서는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반적 원칙 준수와 사업참여 기회 부여 등이 가능한 ‘지명경쟁’ 방식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 수행업체를 결정하는 것으로 ‘사업추진방안(안)’을 심의·의결하였습니다. 본 사업을 통해 고도화되는 적 핵ㆍ미사일 및 수중위협에 대한 압도적인 대응능력을 구비한 해상기반 한국형 3축체계 전력을 확보하고, 해군 기동함대의 주력으로써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호하는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주요 무기체계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 장비운용 및 방산수출 효과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사업기간 : ’20~’36년, 총사업비 : 약 7조 467억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