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외 타 지역의 반발과 해양관련 기관 내부 구성원 불만 어떻게 해결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부산의 국립부경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해양수산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공식화하며, 대선 공약의 속도감 있는 이행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추진 방식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겹치며 정책 추진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대통령은 “해수부 산하기관,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이 최대한 신속히 부산으로 오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행정에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해사법원, 동남권투자은행 설립 등 지역 공약을 빠르게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역시 대통령의 질문에 “올 수 있다”고 답하며 연내 이전 추진에 박차를 가할 의지를 나타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해양수산 분야의 지역 균형 발전 필요성을 내세운 것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해수부만 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관련 민간기업도 함께 와야 해양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혀 민·관 통합 이전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비수도권 발전이라는 국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 기능을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정책은 오히려 또 다른 지역 불균형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수도권 시민단체, “지방분권 정면 역행… 망국적 지방쏠림 정책” 강력 반발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인천 지역 사회와 시민단체는 강한 반발을 쏟아냈다. 인천경실련, 인천여성단체협의회, 인천사회복지협의회 등 6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지방분권 개헌 인천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해수부 부산 이전은 지방분권이라는 국정 기조에 역행하는 망국적 지역쏠림 정책”이라며, “국민 의견 수렴 없는 일방 추진은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부산 지역구 출신이라는 점, 김경수 위원장이 “세종시민 이해를 구하겠다”고 발언한 점 등을 들어, 공공기관 이전이 정치적 논리와 지역 편중에 따른 결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인천 측은 정부가 해양수산청 기능 등을 전국 항만도시로 분산시키는 ‘실질적 지방분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며, 현재의 편향된 구조는 전국 해양정책의 자율성과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무원 내부 반발도 확산… “두 번 이사, 자녀 교육 포기하라는 말인가”
이전 대상 기관 내부의 현장 목소리도 심상치 않다. 국가공무원노조 해수부지부 윤병철 위원장은 타운홀 행사에서 “전세 계약이 한참 남은 직원도 있고, 자녀를 세종에 두고 혼자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의 급진성과 공무원들의 현실적 고충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며 별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명분을 위한 급한 추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수부가 세종 이전한 지 불과 수년 만에 또다시 이동하는 데 대한 조직 내부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정당성’… 공론화 없이 정책 밀어붙여선 안 돼
정부는 해양수산부 외에도 서울·세종·인천·경기 등지에 위치한 11개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까지 언급하며 해양클러스터 집적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중 이전’ 방식은 다른 지역 해양권역의 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내 2차 지역 격차 심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 기관도 아닌 내항해운업계 대변 단체인 '한국해운조합'도 이전 대상 기관으로 거론되는 등 해양계의 반발은 앞으로 더욱 거셀 전망이다.
정책 전문가들은 “해수부의 일괄 부산 이전은 전례 없이 급진적이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더 나아가 비수도권 내 지역 간 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진정한 지방분권이라면 지역 해양 정책 기능을 적절히 분산하는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추진되는 해수부 부산 이전 정책이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행정재배치가 아니라, 국민 통합과 정책 신뢰 확보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속도’보다 ‘공론’을 우선시하는 정책 추진을 통해 지역 간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